눈빛만 봐도 ‘척척’이다. 3년 째 호흡을 맞추는 양동근(33)과 리카르도 라틀리프(25)의 콤비플레이에 물이 올랐다.
울산 모비스는 27일 오후 2시 울산동천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서울 SK를 80-70으로 이겼다. 4연승을 달린 모비스(24승 6패)는 2위 SK(22승 8패)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도 모비스가 3승 1패로 우위를 지키게 됐다.
4쿼터 초반 속공상황에서 드리블을 치던 양동근(33)은 갑자기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중으로 패스를 날렸다. 어디선가 솟구친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공중에서 공을 잡아 그대로 림에 넣었다. SK 선수들은 라틀리프의 기동력과 탄력을 전혀 감당해내지 못했다.

이어진 공격에서 라틀리프는 박승리의 수비를 따돌리고 순간적으로 노마크가 됐다. 기다렸다는 듯 양동근의 날카로운 로빙패스가 들어갔다. 라틀리프는 손쉽게 골밑슛을 올려놨다. 보기엔 쉬워 보여도 KBL에서 이 패스를 제대로 할 줄 아는 가드가 몇 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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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박상오, 박승리, 코트니 심스, 애런 헤인즈, 최부경 등 장신포워드가 즐비한 SK였지만 라틀리프 한 명을 아무도 감당해내지 못했다. 라틀리프는 자신보다 6cm 큰 코트니 심스와 대등한 몸싸움을 했다. 또 그의 순발력과 기동력은 애런 헤인즈 못지않았다. 상대 선수의 슛을 쳐내고 최전방으로 달려나가 속공을 성공시키는 라틀리프의 스피드와 탄력은 단연 발군이었다.
이날 라틀리프는 23점, 9리바운드를 올리며 SK 골밑을 지배했다. 특히 코트니 심스가 4파울로 물러난 뒤 라틀리프가 연속득점을 올려 승부를 갈랐다. 양동근의 질 좋은 패스가 제 때 들어온 덕분에 라틀리프의 위력이 극대화됐다. 라틀리프는 4쿼터에만 10점을 뽑았다. 양동근은 막판 쐐기 3점포를 꽂으며 15점, 12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KBL 최고 명콤비의 대활약이었다.
경기 후 양동근은 라틀리프의 대활약에 대해 “SK가 1가드 4포워드 나오면 평균신장은 높지만 (개개인의 신장은) 라틀리프보다 작다. 다 연습이 돼 있다. 자신 있게 하려고 한다. 패스를 못 넣어줘서 라틀리프에게 항상 미안하다. 오늘은 운이 좋게 (패스가) 한두 개 들어간 것뿐”이라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라틀리프는 미주리대학시절부터 전미에서 주목받는 스타였다. 예전부터 라틀리프를 점찍었던 모비스는 행여 그가 NBA에 지명될까봐 노심초사했었다. 그가 작은 신장 때문에 NBA에 가지 못한 것이 모비스에게는 행운이었다. 결국 모비스 품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그는 팀에 2년 연속 우승을 안겼다. 한 시즌만 잘해도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며 불성실한 외국선수가 있다. 그런 면에서 라틀리프는 모비스의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KBL에서는 외국선수가 한 팀에 3시즌까지만 머물도록 재계약을 제한하고 있다. 라틀리프도 올 시즌이 모비스에서의 마지막이다. 라틀리프는 자신이 존경하는 양동근과 함께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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