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전개와 만화 같은 설정, 톡톡 튀는 캐릭터를 자랑하던 '미녀의 탄생'이 진루해졌다. 주인공 주상욱과 한예슬이 결별하면서,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인 두 사람의 로맨스는 우울해졌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미녀의 탄생' (극본 윤영미, 연출 이창민) 16회에서 사라(한예슬)는 태희(주상욱)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자신이 곁에 머물수록 태희가 위험해진다는 민혁(한상진)과 강준(정겨운)의 말 때문이었다.
이날 태희는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입원했다. 박여사(김용림)는 모든 책임을 사라의 탓으로 돌렸다. 박여사는 사라에게 태희 곁을 떠날 것을 종용했다. 사라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태희는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했고, 태희는 사라의 복잡한 마음은 모른 채 변함없는 애정을 표현했다. 자신 때문에 요리대회를 포기하려는 사라를 독려하기도 했다.

사라는 결국 태희에게 청혼 반지를 돌려줬다. 사라는 "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다. 결혼하면 남편이란 존재에 얽매여 자신을 잃어간다. 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태희는 외조를 잘 하겠다며 그를 붙잡았지만, 사라는 차가웠다. 뒤돌아 선 후에야 사라는 눈물을 흘렸다. 실은 태희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주변 인물들도 신속히 움직였다. 민혁은 태희를 해한 의심을 피하고자 자신이 사건의 범인을 잡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라의 마음을 얻고 태희를 무너트리기 위해 사라의 유학을 추진했다. 채연(왕지혜)는 공개적으로 강준과의 이혼을 선언했다. 재산이 목적이었다. 강준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라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미녀의 탄생'은 기발한 반전이나 빈틈없는 개연성 보다는 배우의 매력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드라마다. 환상적인 미모를 자랑하는 한예슬과 멋진 '로코킹' 주상욱을 지켜보는 재미가 큰 드라마다. 또한 로맨틱코미디, 미스터리, 복수극을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시원시원한 속도감도 빼놓을 수 없다. 때문에 그동안 시청자들을 끌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선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하는 연인, 그들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주변 세력 등 익숙한 전개가 천천히 진행됐다. 여성스럽지만 씩씩하고 당찬 사라는 강준의 따귀를 때리는 것 외에는 무력했고, 그동안 사라의 해결사였던 태희는 이별 통보에 쩔쩔맸다. 그동안 활기 넘치던 캐릭터들이 힘을 잃은 느낌이었다.
1회를 연장한 '미녀의 탄생'은 앞으로 5회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밝고 빠른 본연의 색을 되찾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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