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엄마가 왜 '가요무대'를 보는지 알겠다."
지난 27일 MBC '무한도전-토토가' 공연이 베일을 벗고 난 후, 관련 기사 밑 댓글에 달린 말이다. 이 한 문장은 아마도 '토토가'의 폭발적인 인기 비결에 대한 가장 간결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히트곡, 그리고 당대 아이콘들이 갖고 있는 의미는 단순히 노래 하나, 가수 한명이 아니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의 추억이었고, 세월의 흔적을 발견하는 신기함이었고,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이었다. 그래서 '토토가' 공연을 본다는 건 온몸이 들썩일만큼 신나는 동시에, 어딘가 찡하고 짠하고 아련한 이상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이제야 흘러간 히트곡의 무대를 보고 또 보는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당대 음악이 소환해내는 젊은 날의 추억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지, 90년대에 학창시절을 지내온 20~30대가 아마도 거의 처음으로 절감하는 음악 방송이었을 것이다.
시청자가 이 정도면 당사자는 어땠을까. 가수들이 느꼈을 그 복잡한 심경도 절절하게 전달됐다. 세 아이의 엄마로 오랜세월 무대를 떠나있다가, SES의 막내로 복귀해 화려한 방송 스튜디오에 입성한 슈의 표정은 시종일관 '만감 교차'였다. 오랜만에 다시 통통 튀는 MC로 돌아온 이본이 무대에서 가수들을 만나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보는 사람까지도 '울컥'하게 했다. 터보의 김정남이 일산 살면서 그동안 MBC 앞을 자주 오갔다고 말하는 것 또한, 그게 어떤 심정이었을지 부연 설명이 필요 없었다.
전성기 시절과 교차편집되는 현재의 모습도 이상하게 기분이 묘했다. 그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여전히 무대에 서고 있고, 크게 망가지지 않은 비주얼을 갖추고 있었지만, 예전의 패션 그대로, 예전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참 신선하고 반가웠다. 그리고 우리의 예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더욱 찡한 건, 가수들이 뜨거운 열광이 가득한 무대에서 내려와 진심으로 기뻐하고 들떠하는 모습이었다. 흥분 지수가 극에 달한 '무한도전' 관객들의 반응은 아마도 90년대 음악 방송의 분위기 만큼이나 뜨거웠을 터. TV로 지켜본 시청자 역시 (아마도) 가장 찬란했을 그 어느 때를 떠올리고 함께 들뜰 수 있을 정도의 열광이었다.

그래서, 이 방송만큼은 예능이 아닌 음악방송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해된다. 방송이 끝난 후 온라인 상에는 무편집 버전을 따로 공개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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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