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힘들기만 할 수 있는 사건이 결과적으로는 사건의 주인공을 더 빛나게 만들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개그맨 김준호와 그를 향한 동료-후배들의 우정은 2014 KBS 연예대상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김준호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14 KBS 연예대상에서 강력한 대상 후보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이날 KBS 측이 공개한 연예대상 후보는 총 6명. 김준호는 ‘우리동네 예체능’으로 활약한 강호동, ‘불후의 명곡’,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의 신동엽, ‘해피투게더’, ‘나는 남자다’의 유재석, ‘풀하우스’, ‘맘마미아’의 이경규, ‘1박2일’의 차태현 등과 함께 대상 후보에 올라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 연예대상 수상자임에도 김준호가 다시 한 번 대상 후보로 오른 것은 현재 출연 중인 ‘1박2일’을 통해 보여준 활약들 때문이다. 김준호는 지난해 말 시즌3로 새롭게 단장한 ‘1박2일’에 투입돼 일명 ‘얍쓰(얍삽한 쓰레기)’ 캐릭터로 큰 인기를 몰았다. 대상 수상자답게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예능감은 프로그램이 동시간대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연예대상의 시작 전, 대상은 올해 KBS 내에서 그 공로가 큰 ‘해피선데이’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1박2일’에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그의 수상 가능성은 한층 더 높게 점쳐졌다.
비록 대상의 영예는 수년간 ‘해피투게더’라는 장수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국민 MC 유재석에게 돌아갔지만, 김준호는 이날 섭섭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많은 선-후배-동료들이 수상 소감에 그의 이름을 올리며 우정과 위로의 뜻을 표한 것.
현재 김준호는 개그맨이자 한 소속사를 이끌었던 대표로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운영하고 있던 매니지먼트사 코코엔터테인먼트(이하 코코)의 공동 대표 김모 씨가 횡령을 한 후 잠적을 한 상황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김 씨의 잠적으로 인해 코코 측은 소속 개그맨들의 출연료를 미납했고, 결과적으로 40여 명에 달하는 개그맨들이 대부분 코코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무거울 수 있는 상황에도 개그맨은 개그맨이었다. 김준호는 시상식에 참석, 비교적 밝은 모습으로 자리를 빛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개그맨 후배들은 이를 개그로 승화시켜 예능인다운 면모를 보였다.
김준현은 대상 후보로 오른 김준호를 위한 지지연설자로 나서며 우정을 보였다. 그는 김준호를 "선배이자 친한 형이자 나의 사장이었던 영원한 우리 보스"라고 일컬어 감동을 줬다. 또 김준호를 지지하기 위해 시를 한 편 써 온 그는 “연예대상 후보 오른 자랑스러운 준호일세. 모든 후배 존경받는 '개콘' 맏형 준호일세. '1박 2일' 국민 얍쓰, 시청자도 사랑하네. 작년 겨울 내 대신에 '1박 2일' 투입돼 잘나가는 준호 모습 볼 때마다 땅을 치네. 지금 나는 방송 없네, '개콘'마저 쉬고 있네. 허나 나는 후회 없네. 준호 대상 받는다면. KBS에 신의 한수, 대한민국 최고 광대, 주세주세 대상 주세"라고 김준호를 치켜 새우며 "지금 힘들다. 하지만 우리 똘똘 뭉쳐 이겨내고 있으니 걱정 말아달라"고 말해 김준호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함께 ‘1박2일’에서 활약하고 있는 차태현은 KBS 연예대상의 징크스를 언급, 김준호에 대해 "대상 징크스, 사건 전까진 없었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그의 오랜 동료 김대희는 코미디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지난해 김준호가 K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앗다며 "난 언급 안 할래"(김대희)라고 깨알 재치를 보여 뭉클함과 웃음을 동시에 줬다.
김준호를 향한 응원 세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날 쇼오락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지민은 “오늘 김준호 선배님 이야기라 많이 나왔다. 선배님이 항상 말했다. '돈을 남기는 것보다 사람을 남기라'라고 하시더라”며 “김준호 선배님은 사람을 너무 많이 남겼다. 주변에서 '어느 한 사람 때문에 네가 많이 힘들지'라는 소리를 듣는데 우리는 선배님 한사람 때문에 흩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상의 영광을 선배께 돌린다. 힘내세요"라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처럼 '얍쓰' 김준호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동료들의 변함없는 믿음과 지지를 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상은 받지 못했지만, 남다른 우정과 지지가 돋보였다. 이날 시상식 최고의 신스틸러로 활약한 김준호의 2015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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