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에 이어 재팬 드림 도전이다.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로 활약한 릭 밴덴헐크(29)가 이제 소프트뱅크 호크스 유니폼을 입고 일본프로야구에서 뛴다. 코리안 드림을 발판삼아 이젠 재팬 드림을 꿈꾼다. 과연 밴덴헐크는 한국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일본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역대로 한국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외국인선수 중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타이론 우즈와 호세 페르난데스처럼 대박을 친 외국인 타자들은 있었지만 투수들은 거의 실패했다. 7시즌을 활약한 세스 그레이싱어가 거의 유일한 성공작이다. 그 외에는 모두 실패했다. 도전은 너무 험난했다.

게리 레스는 2002년 두산에서 16승8패 평균자책점 3.87로 활약하며 2003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으나 3승4패 평균자책점 4.14에 그쳐 1년 만에 방출됐다. 2004년 두산에 컴백한 레스는 17승8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다승왕에 오른 다음 2005년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일본 무대에 재도전했다. 그러나 3승9패 평균자책점 6.33으로 또 한 번 쓴잔을 들이켰다.
2002~2007년 KIA와 두산에서 6시즌 통산 90승59패 평균자책점 3.01로 롱런한 다니엘 리오스도 일본에서는 적응 실패했다. 첫 해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불명예 퇴출되기 전까지 2승7패 평균자책점 5.46으로 부진했다. 2010년 두산에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3.32을 올린 켈빈 히메네스도 2011~2012년 라쿠텐에서 6승17패 평균자책점 3.35로 기대에 못 미쳤다.
가장 최근에는 크리스 세든이 있다. 2013년 SK에서 14승6패 평균자책점 2.98로 다승왕을 차지한 뒤 올해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지만, 4승5패 평균자책점 4.67로 실적을 내지 못한 채 1년 만에 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2011년 KIA에서 뛴 트레비스 블랙클리도 올해 라쿠텐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5.54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2군에서 시즌을 보내고 계약 해지됐다.
반면 유일한 성공 케이스인 그레이싱어는 2005~2006년 KIA에서 20승18패 평균자책점 3.28로 활약하며 일본에 스카우트됐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요미우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총 7시즌을 뛰며 64승42패 평균자책점 3.16의 정상급 성적을 냈다. 기본적으로 빠른 공과 정교한 제구에 포크볼처럼 낙차 크게 떨어지는 서클체인지업이 일본 성공을 이끈 최고무기였다.
나머지 실패한 투수들은 그레이싱어처럼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한 정교한 제구나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없었다. 밴덴헐크도 제구가 핀 포인트는 아니고, 변화구 구사도 특급 수준은 아니다. 한신 타이거즈 오승환처럼 강력한 직구가 있지만, 밴덴헐크는 긴 이닝을 던져야 할 선발투수라는 점에서 다르다.
또 하나는 빠른 적응력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은 외국인선수 보유 숫자가 제한이 없다. 우리처럼 특정 선수에게 무조건 매달리지 않는다. 시즌 초반 1군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힘들어진다. 특히 돈 많은 구단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요미우리의 세든도 그런 케이스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 고전할 때 삼성은 밴덴헐크를 기다렸는데 일본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소프트뱅크에는 이대호, 제이슨 스탠드리지, 데니스 사파테 3명이 외국인선수가 붙박이로 자리하고 있다. 두 번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베테랑 브라이언 울프가 팔꿈치 수술 이후 재활로 내년 여름 복귀를 노리고 있다. 밴덴헐크는 울프가 복귀하기 전까지 확실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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