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록은 크게 누적과 비율로 나뉜다. 홈런·다승과 같은 누적기록은 단지 숫자만 세면 되니 1등을 가리기 쉽지만, 타율·평균자책점 같은 비율기록은 일정 기준을 넘겨야 1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바로 규정타석과 규정이닝이다.
규정이닝을 계산하는 건 어렵지 않다. 팀이 치른 정규시즌 경기 수만큼 이닝을 소화하면 된다. 2014년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팀 당 128경기였는데, 규정이닝 역시 128이닝이 된다. 규정타석은 경기 수에 3.1을 곱한 게 되는데, 올해는 396타석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타격왕은 넥센 서건창(616타석 543타수 201안타)으로 타율 3할7푼을 기록했다. 또한 평균자책점 타이틀은 삼성 밴덴헐크로 152⅔이닝동안 54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3.18을 마크,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만약 규정타석과 이닝 허들을 낮춘다면 새로운 이름이 등장한다. 300타석 이상 들어간 타자 가운데서도 타격 1위는 여전히 서건창이지만, 2위는 SK 이명기다. 이명기는 올해 83경기에서 314타석 285타수 105안타로 타율 3할6푼8리로 활약했다. 타격왕 서건창과는 불과 2리 차이.
지난 해 이명기는 5월까지 타율 3할4푼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이며 SK 외야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외야수비 도중 발목부상을 당해 1군에서 제외됐고 그대로 시즌을 마감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지만 이명기는 올 시즌 계속해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며 타격에 눈을 뜬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8경기 연속안타 행진은 이명기의 진가를 보여준 장면이다. 이명기는 9월 14일 무안타로 기록을 마감하기까지 매 경기 안타행진을 벌였는데, 28경기 연속안타는 프로 통산 공동 3위 기록이다. 이명기는 내년 시즌 톱타자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투수쪽 역시 마찬가지로 새로운 이름이 떠오른다. 규정이닝은 128이닝인데 불펜투수들은 이를 넘기는 게 힘들다. 규정이닝의 절반인 64이닝만 소화해도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64이닝을 넘긴 선수들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넥센 조상우다. 그 뒤로 SK 밴와트(3.11), 삼성 밴덴헐크(3.18)가 있다.
프로 2년 차 조상우는 불펜의 핵으로 거듭나면서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일등공신 가운데 한 명이다. 올해 48경기에서 69⅓이닝 19자책점, 평균자책점 2.47을 찍었고 6승 2패 11홀드를 남겼다.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한 조상우는 넥센에서 없어서 안 될 선수가 됐다.
올해 조상우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상이다. 5월 13일 귀가하던 도중 계단에서 미끄러져 왼 무릎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3개월만에 복귀한 것이 불행 중 다행. 만약 부상없이 시즌을 치렀다면 아시안게임까지 승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조상우 역시 내년 시즌이 기대되는 선수다. 넥센은 조상우를 향후 선발재목으로 보고 있다. 150km가 훌쩍 넘는 공을 뿌리는 젊은 강속구투수는 리그에서도 희귀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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