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왕' 유연석, 만개하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2.29 07: 31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미친 왕도 왕 나름이다. 배우 유연석이 연기하는 조선시대의 왕은 또 다르다.
영화 '상의원'(이원석 감독)에서 유연석이 분한 왕은 열등감 가득한 절대 군주다. 건장하고 잘생긴 권력자임에도 연약한 듯 불안한 분위기가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왕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있고, 겉으로는 누구보다 위에서 군림하나 뒤돌아서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한 부서질 듯 한 분위기가 시선을 잡아 끈다.
이 같은 왕을 연기한 유연석은 '상의원'에서 4명의 멀티캐스팅 중 한 명의 주인공으로 선배 한석규, 고수에 절대 밀리지 않은 단단함을 선보인다. 왕 역할이 기본적으로 아우라를 지니지만, 자칫 정형화되면 지루하거나 평범할 수도 있는 캐릭터다.

'상의원' 속 왕의 전사는 스토리 라인의 큰 기반이 된다. 선왕인 형님으로 인해 궁에서 단 하나도 자신의 것이 없었던 왕의 상처가 음식 에피소드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 눈에 마음을 빼앗긴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온전히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라면 눈길을 주지 않는다, 아니 참는다는 편이 맞다.
이 감정선에 대한 관객의 몰입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평범하지 않은, 왕이 처한 특수한 상황도 그렇고, 남자-여자로서 왕과 중전(박신혜)의 관계가 과연 가능할까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명적인 끌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거들떠 보지 않는 왕에 대한 중전의 절절한 애정도 이해가 가야한다.
이 지점에서 유연석의 캐릭터 소화력이 상당 부분 도움을 준다. 단순히 활자그대로 '미친 왕'이 아닌 붉은 빛깔의 섹시한 왕으로 만들어냈다. 사냥복을 입고 승마를 하고 활을 쏘는 모습에서는 근엄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드러나나, 그 내면에 있는 분노와 상처로 인한 불안함이 항상 밖으로 스며 나온다. 여색을 탐한다면, 그것은 외로움으로 인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맑은 소년같은 과거 장면이 더 아련하다.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광기와 근엄한 카리스마가 한 얼굴에 공존하기 쉽지 않은데, 유연석은 이 모습이 가능해 인상적이다.
더불어 연출을 맡은 이원석 감독에 따르면 유연석 스스로 기존과는 '다른 왕'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고. 앞서 강렬한 왕 캐릭터로 꼽혔던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 '관상'의 이정재, '역린'의 현빈 등의 계보에 놓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영화 관계자는 "유연석의 장점은 선과 악이 완벽히 공존하는 얼굴이다. '늑대소년'에서 악당도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도 장르와 시대를 뛰어넘너 가능하다. 그러나 특유의 정서 때문에 악역이라도, 악역 같지 않은 악역으로 만드는 힘이 있는 듯 하다"라고 유연석이 가진 배우로서의 매력에 대해 평하기도 했다.
한편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지난 24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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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캐릭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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