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장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결전지인 호주에 입성했다.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대표팀은 장거리 비행 끝에 시드니에 도착했다. 한국은 내년 1월 9일 열리는 2015 AFC 아시안컵서 오만, 쿠웨이트, 호주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10일 캔버라에서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뒤 13일 같은 장소에서 쿠웨이트와 2차전을 맞는다. 17일엔 브리즈번으로 장소를 옮겨 조 수위를 다툴 호주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펼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7일 출정식에서 "우리는 (FIFA랭킹에서) 아시아 3위다. 하지만 아시안컵 결승전서 우승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주장 구자철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4년 전 카타르 대회서 득점왕에 오르고도 3위에 그쳤던 구자철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대회인 만큼 아시아 최강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대표팀 일원으로서 우승하고 싶고, 못 할 게 없다고 본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개최국 호주를 비롯해 전통의 강호 일본, 이란과 함께 '4강'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지난 1956년, 1960년 1, 2회 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아시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55년 만에 비원을 이룰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슈틸리케호의 주전 수문장 자리는 안갯속이다. 후보는 정성룡(수원), 김승규(울산),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총 세 명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서 골문을 지켰던 정성룡과 김승규의 아성에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훔친 김진현이 대항마로 떠오른 형국이다.
김진현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치른 A매치 4경기서 가장 많은 2경기에 출전하며 형들의 경험을 눌렀다. 특히 중요했던 이란과 중동 원정서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정성룡과 김승규는 나란히 한 차례씩 기회를 부여받았다.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기였던 지난 10월 파라과이-코스타리카전으로 이어진 A매치 국내 2연전서 김진현과 김승규 두 명만을 소집했다. 정성룡은 아예 부르지 않았다. 이후 11월 요르단-이란전으로 이어진 A매치 중동 2연전서는 세 명을 모두 소집해 정성룡과 김진현에게 한 차례씩 기회를 부여했다.
성적표는 대동소이하다. 김진현이 한 걸음 앞서 있다. 김진현은 지난 10월 파라과이전(2-0 승)과 11월 이란(0-1 패)전서 1실점했다. 정성룡은 비교적 약체인 요르단(11월)전 무실점으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김승규는 브라질 월드컵 8강팀인 코스타리카전(10월)서 3실점하며 1-3 패배의 멍에를 썼다.
본격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슈틸리케호는 시드니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한다. 이듬해 1월 4일 오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모의고사는 뒷문의 주인공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태극 수문장들에게 딱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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