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일본 친정팀을 복귀한 구로다 히로키(39, 히로시마 도요카프)가 은퇴 생각을 접은 것은 또다른 베테랑 때문이었다.
히로시마는 지난 27일 히로키의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구로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근 5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내년 1000만 달러(약 110억 원) 이상의 연봉도 기대됐으나, 마지막은 친정팀에서 던지겠다는 예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봉 4억 엔에 히로시마와 계약했다.
구로다의 '의리'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반응은 뜨겁다.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실력임에도 최근 4년 동안 매년 단년 계약을 맺으며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시험대에 올려놓은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여기에 친정팀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돈을 포기하고 태평양을 건넌 그의 결정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 가운데 구로다는 올 시즌 현역 생활을 접을 생각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다는 올 시즌 첫 24경기에서 11승7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으나 이후 8경기에 나와 6패 평균자책점 6.56으로 부진했다.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은 시즌 후 "포스트시즌 티켓을 얻기 위해 그를 무리하게 기용했다"고 인정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브라이언 호치 기자는 28일 "구로다는 최근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은퇴를 생각했다. 그러나 마리아노 리베라와 앤디 페티트가 그의 생각을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구로다는 특히 페티트가 은퇴하기 전까지 바로 옆 라커룸을 쓰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다는 위 기자에게 "페티트와 대화를 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난해 그가 은퇴하기 전까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 투수가 매번 마운드에 나가 풀 시즌 동안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을 보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며 페티트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그는 시즌 후반 팀을 찾은 페티트에게 은퇴에 대해 상담했고 페티트는 "내가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에 부상 없이 시즌 로테이션을 지킨 것이 유일하게 만족스럽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구로다는 이를 통해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친정팀에서 제대로 보내고 끝내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근 5년간 200이닝 안팎을 매 시즌 소화했다. 그가 시즌 끝까지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지키기 위해서는 친정팀인 히로시마가 그에게 더 맞을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히로시마의 품에 다시 15번을 달고 안긴 구로다가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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