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서 가장 중요한 2명을 동시에 잃은 두산 베어스가 대안 찾기에 한창이다.
마무리 투수인 이용찬의 이탈은 상무 입대로 인한 것이었기에 예정된 일이었다. 그러나 베테랑 정재훈이 FA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지명될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들이 올해 합작한 이닝은 104⅔이닝. 100이닝이 넘는 공백을 메워야 올해 실패했던 4강에 재진입할 수 있다.
다행히 일부는 선발진이 짊어질 수 있다. 장원준이 합류하면서 선발진은 리그 최강의 이닝이터들이 모인 로테이션으로 거듭났다. 아직 더스틴 니퍼트 재계약이라는 과제가 남기는 했지만, 니퍼트와의 재계약에 성공하거나 버금가는 새 외국인 선수가 온다면 부족한 104⅔이닝 중 적지 않은 부분을 불펜이 가동되기 전에 선발이 먼저 지워줄 수 있다.

다른 투수들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이닝 소화 능력을 보인다고 가정할 때 불펜의 키맨은 윤명준이다. 평균자책점은 5.27로 낮은 편이 아니었지만, 송일수 전 감독이 자주 쓰며 마운드에 오래 두는 경우가 잦았다는 점에서 면죄부가 없지는 않다. 올해 윤명준은 61경기에서 71⅔이닝을 던지고 7승 3패 16홀드를 기록했다.
보직에 있어서도 윤명준은 셋업맨 혹은 마무리 중 하나를 맡을 공산이 크다. 올해 8회에 나오는 셋업맨이 정재훈, 마무리가 이용찬이었던 관계로 경기 흐름이 갈리기 전인 6, 7회에 많이 등판했으나 다음 시즌에는 경기 후반에 마운드에 오르는 경기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만큼 많은 이닝을 혼자 책임지기는 힘든 만큼 질적인 면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이닝은 줄더라도 점수를 내주지 않고 막는 것이 중요한 임무가 됐다.
최근 2년간 불펜의 마당쇠였던 오현택의 어깨에는 이번에도 많은 짐이 올려져 있다. 2년 동안 오현택은 1군에서 140이닝을 소화했다. 올해는 66⅔이닝을 던지고 평균자책점 3.65로 시즌을 마쳤는데, 1.49였던 WHIP를 조금 내릴 필요가 있다. 올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치솟은 부분이 있기에 불펜에 고정되면 좀 더 안정적인 피칭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품을 수 있다.
또한 올해 개막 엔트리에는 없었던 두 좌완이 정재훈과 이용찬이 남긴 이닝을 대신해줄 또 다른 후보들이다. 26⅓이닝을 막아낸 함덕주는 이제 1군에 없어서는 안 될 전력이 된 만큼 2015 시즌에는 처음부터 1군 불펜에서 힘이 될 공산이 크다. 이번 시즌 5⅓이닝을 통해 가능성을 보인 장민익도 개막 엔트리를 노린다. 이미 마무리훈련에서 구종을 가다듬고 한계 투구 수를 늘리는 과정까지 들어갔다. 상황에 따라 롱릴리프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이들이 활약한다면 104⅔이닝 중 상당부분을 없앨 수 있다.
이외에 마무리 후보군에도 올라 있는 이현승, 선발과 불펜 어디든 갈 수 있는 이재우, 부활을 위해 힘쓰는 변진수, 군에서 돌아온 선수들까지 가세하면 핵심 불펜 투수들의 공백을 메우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올해 109⅔이닝에 머물렀던 노경은이 토종 최다 이닝을 달성했던 지난해(180⅓)의 위용에 가까워진다면 걱정이 크게 줄어든다. 윤명준이 불펜의 키 플레이어라면, 노경은은 마운드를 넘어 팀 전체의 키를 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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