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유동우 인천 유나이티드 수석코치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인천은 최근 유 수석코치를 비롯해 김현수 코치, 명진영 코치, 이용발 골키퍼 코치, 반델레이 피지컬 코치, 신진원 스카우터 등 김봉길 감독을 보좌했던 모든 코치들에게 계약 만료 소식을 알렸다. 인천이 최근 김 감독을 해임한 터라 그를 돕던 코치들의 운명도 예상이 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방식이었다. 유 코치에 따르면 인천은 사전 논의 없이 이메일로 계약 해지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 코치는 후배 코치들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29일 오후 OSEN과 통화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유 코치는 "후배 코치들에게 '메일로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뒤 인천 관계자에게 물으니 '계약 만료라 그렇게 보냈다'는 답을 들었다. 관계자와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눴는데 '김 감독의 계약 해지는 오래 전에 얘기가 됐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한테도 계약 관련 얘기를 사전에 해주면 좋지 않나"라며 "김 감독이 인천에 남는 줄 알고 타 구단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잔류하기로 한 코치가 있는데 결국 그 자리에 갈 수 없게 됐다. 고민을 많이 하다가 김 감독과 의리를 지키며 잔류를 선택한 친구다. 나도 잘 생각했다고 대견해 했는데 결국 이렇게 돼버렸다"고 탄식했다.

유 코치는 "이번에 K리그 감독 교체가 많이 돼서 2명 정도는 프로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통보를 늦게 받다 보니 갈 수 없게 됐다. 결국 학원 축구 쪽으로 움직이는 코치들도 있다. 나도 찾아보곤 있는데 잘될지 안될지는 모르겠다"면서 "구단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우리도 수긍을 한다. 감독이 잘못됐는데 어떻게 있겠나. 당연히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조금 더 일찍 알려줬으면 몇 명은 계속 프로에서 일을 할 수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치들과 계약 연장 의사가 없어 계약 만료를 이메일로 보낸 뒤 각각 미팅 일정을 잡았는데 단체로 만나겠다고 했다"면서 "코칭스태프들과 단체 미팅을 해서 계약 만료 문서도 전달하고 완만히 해결됐다"고 해명했다.
인천은 재정 상황 악화로 지난달과 이달 2개월 연속 선수단과 직원들의 급여를 주지 못했다. 여기에 '봉길매직'으로 불리던 김봉길 감독의 해임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던 이임생 감독과의 계약 실패에 이어 일방적인 코칭스태프 해임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유 코치는 "인천 관계자에게 새 감독이 오면 나를 제외하고 후배들을 1명이라도 살릴 수 있으면 살려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밀린 급여는 일을 계속한다면 더 참고 기다려도 되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도 처자식이 다 있기 때문에 빨리 지급을 해달라고 말했다. 팀 사정이 어려운 건 이해하지만 우리 입장도 있다"고 선처를 부탁했다.
유 코치는 "휴가라 생각하고 푹 쉬고 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애써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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