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얼굴'이 광해의 파란만장한 성장통을 다룬 1막을 마무리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극본 이향희, 윤수정, 연출 윤성식, 차영훈, 제작 왕의 얼굴 문화산업전문회사, KBS미디어)은 지난 25일 방송된 12회에서 전란 중 광해(서인국 분)이 세자에 책봉되는 에피소드를 기점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왕의 얼굴'은 24부작의 절반인 12회까지 그 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광해의 왕자시절을 흥미진진하게 다루며 그의 성장통에 집중했다. 어릴 적 정인이었던 가희(조윤희 분)와의 비극적 로맨스부터 끊임없는 위기를 뛰어난 지략과 관상으로 헤쳐나가며 가혹한 운명 속에서도 꿋꿋이 일어서는 광해의 성장기는 광기와 예언에 사로잡혀 눈이 멀어버린 선조(이성재 분)의 증오 어린 시기와 매번 충돌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광해의 이러한 성장통은 빚을 갚지 못해 노비로 팔려가는 백성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부조리를 바로잡으려는 그의 노력이 실패하면서 극에 달했다. 고관대작의 비리가 적힌 장부를 선조에게 넘겨주는 뼈저린 패배는 광해 스스로 왕이 되기를 결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광해에게 세자 자리는 사랑했던 가희를 버리고 가는 불행하고 애끊는 길이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아 보지만 친형 임해군에게조차 목숨을 위협받으며 오롯이 혼자가 된 고독하고 사지가 찢겨나간 것처럼 아픈 피비린내 나는 세자 전쟁에 임했다.
광해에게 왕권이 갖는 의미는 경쟁자인 임해군(박주형 분)의 사나운 군림과 신성군(원덕현 분)의 입바른 군자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자신의 영광과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백성들의 아픔을 보듬고 지키기 위해서인 것.
극 초반 광해가 가희도 살리고 본인도 살고자 했던 개인적인 구원을 바랬다면 임해군의 비릿한 칼끝을 마주하며 그는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고 해를 가하려는 사람은 용서치 않으려는 보호자로 각성했다. 구원의 의미가 개인에서 주변으로 다시 백성 전체로 확장되어가는 과정이 하나씩 그려지며 비로소 광해는 어떤 왕이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됐다.
관상서의 예언에 집착하는 선조에게 "임금이 두려워할 것은 오직 하늘과 백성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듯 광해에게 임금이란 백성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백성을 섬기는 자였다. 이런 의미에서 '왕은 무엇인가'에 대한 광해의 답에는 백성들의 고통과 상처를 그들의 시선에서 목격하며 제 살과 피인 양 아파했던 이상적인 군주, 광해의 참모습이 투영됐다.
특히 임진왜란 발발이 본격화된 지난 12회에서는 신하들의 입으로 '파천'을 말하게 만든 뛰어난 책략가 선조의 비열한 보신주의와 백성들을 지켜달라 치열하고 뜨겁게 부르짖었던 광해군의 애민주의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이들 부자의 불안하고 위험한 공존이 그려졌다.
이에 광해는 선조에게 자신을 국본인 세자로 삼아 도성과 백성을 지키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수십만의 왜적에 불과 오십 명의 군사들만 가지고 분조를 이끌어야 하는 세자자리는 금비단이 아닌 철침이 깔린 천형의 자리일 뿐이지만 능히 지킬 수 있어서가 아닌 마땅히 지켜야만 하는 백성들을 위해 중과부적의 전투에 임하려 한다.
이제 광해는 조선에서 가장 불행하고 가장 고통스러운 자리인 용상을 향해 한걸음 다가서기 시작했다. 드라마는 채 숨도 고르기도 전에 새해 벽두부터 광해를 피비린내 전장으로 거세게 몰아세울 전망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1막이 안타까운 광해의 성장통을 담았다면 2막부터는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와 이에 맞서는 광해의 인간적인 영웅의 모습이 부각될 것"이라며 "광해의 진정한 각성을 기다려왔던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일소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왕의 얼굴'은 조선왕조의 가장 극적인 시대배경인 임진왜란으로 2막을 시작하면서 세자 광해가 험난한 전쟁의 파고를 헤쳐 나가면서 보여줄 용맹함과 지략, 애민정신을 담아낼 예정이다. "임금이 두려워할 것은 오직 백성뿐"이라는 티저 포스터 속 가슴 벅차 오르는 울림이 영상으로 펼쳐질 극적인 순간에 다시 한번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왕의 얼굴' 13회는 오는 2015년 1월 1일 10시에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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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얼굴' 포스터
사진제공 : KBS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