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이런 신파 참 오랜만이네[Oh!쎈 초점]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2.30 07: 25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딱히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은 아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에 회사 상사와 사랑에 빠진 맏딸, 출세를 위해 부잣집 딸과의 정략  결혼을 한 둘째, 어린 시절의 첫 사랑과 사랑에 빠진 막내 등 등장인물 각각이 가진 이야기를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다. 이 드라마가 여느 가족드라마에서 다룰 법한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뭘까?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에 들어선 ‘가족끼리 왜 이래’가 치중하고 있는 것은 극 중 가장 차순봉(유동근 분)의 시한부 판정과 그로 인해 변화되는 자녀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죽을병에 걸린 아버지와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불효를 되돌아보는 자녀들의 이야기. 어찌 보면 참 익숙한 신파극인 동시에 막장드라마가 판을 치는 요즘에는 신선하기까지 한 순진하기 짝이 없는 설정이다.
흔히들 막장드라마라 부르는 드라마들은 비슷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다른 작품과의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이야기를 비틀고 비튼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다 보면 극단으로 치닫게 되고 비정상적인 캐릭터나 사건들이 등장해 실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가족끼리 왜 이래’는 이 같은 ‘막장극’ 식의 과장을 피해갔다. 불효자라고 하지만, 차강심(김현주 분)이나 차강재(윤박 분), 차달봉(박형식 분) 세 남매는 심각하게 불효를 저지른 적이 없다. 물론 차강심은 아버지에게 모진 소리를 내뱉기도 했고, 차강재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다소 비정한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착하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평범한 자녀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서실장과 재벌 2세 상무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차강심-문태주(김상경 분)의 러브스토리에는 사악한(?) 악녀나 신분 차로 인한 집안의 반대가 개입되지 않는다. 이처럼 막장이 빠진 ‘착한’ 설정은 차강재와 권효진(손담비 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차강재는 권효진과 정략적인 결혼을 했지만, 딱히 아내를 미워하지도 유별나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더불어 권효진도 흔한 막장드라마 속, 독하고 이기적인 부잣집 딸과는 달리 눈치가 좀 없지만 순진하고 귀여운 인물로 그려진다. 남편을 향한 순수한 사랑은 은근슬쩍 시청자들을 그의 편으로 포섭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막장의 요소가 빠지고 나면 ‘가족끼리 왜 이래’에 남는 것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와 그로 인해 빚어지는 ‘신파’ 감성이다. 이와 함께 적절하게 곁들여진 코미디는 양념처럼 작용,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자녀들을 향한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 ‘가족끼리 왜 이래’의 신파는 지겨운 느낌을 주기보다 반갑고 신선하다. 물론 평범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강은경 작가의 필력과 맛깔스러운 연기력으로 대본을 살리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큰 몫을 했다. 
뻔한 신파극으로 ‘역대급’ 흥행을 했던 작품으로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있다. 누구도 흥행을 예상 못했던 ‘7번방의 선물’처럼 정통 신파극으로 주말극의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가족끼리 왜 이래’의 시청률 고공행진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기대감을 낳는다.
eujenej@osen.co.kr
'가족끼리 왜 이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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