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는 불편하다. '일터에서 연애하는' 로맨틱코미디인줄 알았는데,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끊임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언론이란 소재를 활용하되 여러가지 측면에서 풍성하게 다룬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미덕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주인공 하명(이종석)의 비극적인 가정사를 통해 기자들이 쉽게 빠지는 오류를 보여주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줬다. 그렇다고 '기자=악인'이란 공식이 성립되진 않았다. 이후 기자가 된 하명 또한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는 과정을 보여줬다. '피노키오'가 기자라는 직업 세계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기자만이 아니다. 쉽게 선동되는 대중의 씁쓸함도 보여줬다. 재명(윤균상)은 차옥(진경)에 의해 만들어진 영웅이었다. 재명의 기구한 사연은 그에게 스토리를 부여했고, 대중은 사실상 범죄자인 재명에 열광했다. 그것은 재명의 친동생 하명에 의해 무너지고, 하명은 차옥에 대한 복수를 시작했다. 그로 인해 스타 기자였던 차옥은 대중에 달걀 세례를 맡는 굴욕을 당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14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화점 회장 로사(김해숙)는 절도 사건이 뉴스에 다뤄지도록 조장했다. 매출 신장을 노린 그의 계획이었다. 그의 아들 범조(김영광)는 어머니의 진의를 알고 실망하는데, 로사는 "그렇다고 한들 무엇이 잘못이냐"고 물었다. 범법행위도 아니요, 장사꾼이 물건을 판 것뿐이란 이야기다. 이처럼 '피노키오'는 한가지 사안을 두고 양측의 입장을 말해준다.
'피노키오'는 이처럼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되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올바른 기자인 교동(이필모)이나 공주(김광규)가 있는가 하면, 차옥의 잘못을 따져묻는 신입기자 인하(박신혜)와 범조가 있다. 악역인 차옥과 나머지의 대결이란 구도를 취하긴 하지만, 복합적인 상황을 묘사하고 일말의 희망도 남겨놓는다. 또한 곳곳의 코믹하고 달콤한 장면들은 시청자들이 숨통을 틀 수 있는 지점이다.
반환점을 돈 '피노키오'는 헬리콥터맘인 줄 알았던 로사와 차옥의 관계를 보여주며 반전을 선사, 절정을 달리고 있다. 극적인 재미 외에 말의 무거움이란 주제의식까지 던져주는 '피노키오'. 그 바탕에는 방송기자란 직업세계에 대한 진지하면서 다각적인 접근이 있다. 그런 점에서 '피노키오'는 완성도와 시청률, 메시지까지 잡은 웰메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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