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안 좋지요. 그래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3연패에서 탈출하고 3시즌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기쁜 날이건만,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의 목소리는 그닥 밝지 않았다. 신 감독은 짧은 웃음 뒤에 씁쓸한 한숨을 덧붙여 애제자 서재덕(25)을 현대캐피탈로 임대보내는 마음을 전했다.
한국전력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3라운드 LIG손해보험과 경기서 세트스코어 3-0(25-19, 25-18, 25-23)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10승(8패) 고지를 밟은 한국전력은 승점 28점으로 현대캐피탈(승점 27)과 자리를 맞바꿔 4위로 올라섰다. 한국전력이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것은 2011-2012시즌 이후 3시즌 만이다.

기쁜 날이지만 코트에는 눈물이 흘렀다. 승리의 기쁨에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던 서재덕은 경기 후 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트레이드 소식을 그제야 들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OSEN과 통화에서 "경기도 있고 하다보니 끝나고 나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임대로 현대캐피탈에서 뛰어야할 것 같다. 네가 그만큼 잘하니까 가는 거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은 서재덕과 권영민-박주형의 1대2 상호 임대 트레이드 사실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의 레프트 서재덕은 현대캐피탈로, 현대캐피탈의 권영민(세터), 박주형(레프트)는 한국전력으로 상호 임대차된다. 기간은 올시즌까지이며, 시즌이 끝나면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하게 된다.
"마음이 안 좋다. 그래도 아주 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며 쓴웃음을 지은 신 감독은 서재덕을 트레이드 자원으로 내놓은 이유를 '변화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감독은 "지금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있다. 가면 갈수록 더할 것이라고 봤다.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다"며 "우리는 세터가 필요하고, 마침 현대캐피탈도 레프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양팀 모두 윈윈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LIG손해보험에서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된 세터 권준형이 주전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신 감독은 세터를 보강할 필요성을 느꼈다. 신 감독은 "지금도 권준형이 잘해주고 있지만 권영민이 오면 속공이나 전광인 공격 부분에서 역할을 더 해주지 않을까 싶다. 물론 모든 것은 리시브가 잘 되어야하지만, 노련한 권영민이 오면 둘을 잘 활용해서 경기를 치르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마음을 무겁게 했던 3연패를 탈출하고도 신 감독은 서재덕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재덕이가 가기 전 마지막 경기였는데 이기게 해줘서 고맙다. 재덕이가 성격도 좋고 어떻게 보면 한국전력의 아이콘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 그동안 재덕이에게 정말 고마웠다. 그래도 헤어지면 또 만남이 있는 법 아닌가"라며 애써 마음을 추스른 후 "현대캐피탈에서도 좋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더 좋은 환경이고, 서로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제자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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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