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 해도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랴. 2014년은 한국축구에게 '아픔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 중심에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가 있었다.
지난 2013년 12월 30일 홍명보 전 감독은 언론사를 상대로 신년 인터뷰를 했다. 다가올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희망에 찬 상황에서 가진 인터뷰였다. 홍 감독은 “2002년의 기억을 브라질서 다시 만들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었다.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 축구를 다 안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오히려 지난 평가전서 패배를 당한 것이 좋았다. 브라질 월드컵서 첫 번째로 만날 러시아는 월드컵의 가장 중요한 경기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의 발언을 되돌아보면 러시아전에 많은 초점이 모아져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이근호의 동점골로 러시아와 1-1로 비겼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전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다만 알제리에게 2-4로 대패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당시 홍 감독은 “알제리의 경우 아직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분명 다른 루트를 통해 찾을 것이다. 두 하니티어르 코치가 차곡차곡 준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이라고 발언했다. 결과적으로 알제리에 대한 정보수집은 매우 부족했다.
국내파가 중심이 된 1월 미국 전지훈련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에 나설 선수들이 K리그 중심이라면 1월 전지훈련의 의미가 크다. 그러나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력선수들이기 때문에 완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월드컵을 6개월이나 앞두고 유럽파들의 중용을 기정사실화 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대표팀 내부에서 K리거들이나 중동파들의 경쟁의식이 퇴색되는 악영향으로 돌아왔다.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거의 뛰지 못한 박주영(29, 알 샤밥)과 윤석영(24, 퀸스 파크 레인저스)을 최종멤버로 선발해 ‘의리 축구’ 논란을 낳았다. 작년 이 맘때 박주영은 아스날 소속으로 출전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박주영을 의식한 듯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고 전지훈련서 경쟁을 해야 한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해야지만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유럽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경쟁력은 떨어진다”고 발언했다. 이후 박주영은 왓포드 이적을 통해 홍 감독의 바람에 응답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했다. 결국 홍 감독은 “내가 스스로 원칙을 깼다”며 박주영을 월드컵에 뽑아갔다. 하지만 박주영은 결국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희망찬 갑오년 새해를 앞두고 홍명보 감독은 “2002년에 좋은 기억이 있다. 왜 2002년처럼 다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느냐는 말들이 있다. 월드컵에 대한 좋은 추억이 많기 때문에 기대가 굉장히 큰 것으로 생각한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 축구뿐만 아니라 인생도 그렇다. 과정이 좋다면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기억을 다시 만들겠다. 잘 준비해 국민들께 좋은 기억을 안겨야 한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었다. 하지만 홍 전 감독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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