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넘길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모두가 계약 자체는 낙관하고 있었다. 두산 베어스가 기다리던 소식은 생각보다 일찍 날아들었다. 더스틴 니퍼트(33)는 다음 시즌에도 잠실 마운드에 선다.
두산은 지난 29일 외국인 선수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총액 150만 달러로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대우다. 가장 큰 과제였던 에이스와의 재계약을 완료하며 두산은 먼저 사인한 유네스키 마야, FA로 영입된 장원준, 기존의 토종 에이스 유희관 등을 묶어 리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선발진을 구축했다.
부상 위험이 없지 않지만, 지난 4년간의 활약을 봤을 때 니퍼트는 150만 달러를 받을 자격이 있다. 니퍼트는 한국에서 뛴 4년 동안 평균자책점(3.25), 다승(52승), 승률(65.8%), 탈삼진(538개) 모두 리그 1위였다. 678⅓이닝으로 소화한 이닝 역시 으뜸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67차례나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했는데, 이 역시 리그 최고 기록이다.

해를 넘기지 않고 니퍼트와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12월 초 협상 실무자인 엄홍 부장을 미국에 파견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한 덕분이었다. 엄 부장은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기간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외국인 타자 영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니퍼트의 에이전트와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재계약 과정에도 기여했다.
신정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재계약 소식이 들려왔지만, 사실 두산이 니퍼트의 에이전트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은 크리스마스 직후인 26일이었다. 엄 부장을 통해 선수의 재계약 의사를 접한 두산 프런트는 주말 동안 니퍼트 가족이 생활할 집과 항공편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조율했다. 그러면서 29일 오후에야 최종적으로 계약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사실상 크리스마스에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에이전트가 여유 있는 자세로 나와 두산 역시 조급해하지는 않았다. 갑자기 급물살을 탄 것은 아니었다. 두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에이전트가 급한 것 같지 않아서 올해 안에 연락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금방 답이 왔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니퍼트와 구단 모두 말하지 않아도 재계약할 것이라는 교감은 있었다”며 긍정적인 기류는 있었음을 전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니퍼트와 두산은 재계약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서로 마음으로만 간직하던 약속이 현실로 바뀌었다. 시기가 문제였지만 니퍼트는 두산 유니폼을 입겠다는 계획이었고, 두산 역시 다른 대안을 찾기보다는 에이스와의 재계약에 더 몰두했다. 두산 관계자도 “(금액을 비롯한 조건에 대한) 기본적인 틀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니퍼트와의 재계약은 준비됐지만 아직 포장이 끝나지 않은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았다. 이제 개봉할 일만 남았다. 가장 따뜻한 성탄 선물을 받은 두산이 힘차게 을미년을 준비하고 있다. 1년 전과는 180도 다른 겨울 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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