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승부수’ 현대캐피탈, 상위권 판도 바꾸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2.30 06: 49

“저쪽도 백업이 약한 것은 맞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만 놓고 보면 단연 국내 최고의 진용이라고 할 만하다. 문성민이 있고 중앙은 최고다. 경험 많은 세터에 최고의 리베로까지 있지 않는가”
올 시즌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영원한 맞수’ 현대캐피탈의 전력에 대해 항상 경계심을 잃지 않는다. 상대전적에서 앞서 나간 지가 꽤 됐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올라올 수 있는 팀으로 신 감독이 지목하는 팀도 바로 현대캐피탈이다. 그런 현대캐피탈이 두 장의 카드를 쓰며 승부수를 던졌다. 프로배구 상위권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캐피탈은 29일 오후 한국전력과의 2대1 임대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한 때 주전이었던 베테랑 세터 권영민(34)과 올 시즌 주전 레프트로 활약했던 박주형(27)을 보내고 그 대신 국가대표 날개 공격수 서재덕(25)을 영입했다. 올 시즌까지로 한정된 트레이드이긴 하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시즌 초반부터 순위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진정한 승부수라는 평가다.

올 시즌 명예회복을 벼른 현대캐피탈은 순위표에서 고전하고 있다. 29일 현재 승점 27점으로 5위에 머물러있다. 3위 대한항공(승점 31점)과의 승점차는 크지 않지만 선두 삼성화재(승점 41점)과의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졌다. 시즌 초반부터 악재가 끊이지 않은 탓이다. 주포로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선수 리버맨 아가메즈는 부상 여파로 제 몫을 못했다. 문성민이 성치 않은 다리로 고군분투했지만 리시브는 흔들렸고 그러다보니 경기 전체의 리듬이 살지 못했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일단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었다. 아가메즈를 중도 퇴출시키고 케빈 르루를 영입했다. ‘세계 3대 공격수’라는 호칭까지 붙었던 아가메즈에 비해 명성은 떨어지지만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대책이었다. 어느 정도 쏠쏠하게 먹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실제 케빈이 영입된 뒤 현대캐피탈의 승점 쌓기는 속도가 붙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점이 있었다. 케빈은 ‘한 방’이 부족하다는 단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호철 감독은 “외국인 선수로서 책임감이 아직은 부족하다. 그런 역할을 해보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라며 애를 태우고 있다. 여기에 리시브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여오현이라는 최고의 리베로가 있지만 여오현을 상대로 서브를 넣는 상대팀은 없다. 주로 박주형과 문성민을 향해 서브가 집중됐다. 박주형이 리시브 부문 2위에 56.19%의 성공률을 보이며 분전했지만 기복이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이는 신인 세터 이승원을 어렵게 하는 한 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또 다시 서재덕 카드를 뽑아들어 상승세 도전에 나선다. 대학 시절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 중 하나로 극찬 받았던 서재덕은 프로 데뷔 후 외국인 선수들을 피해 레프트로 전향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구석도 있었지만 변신은 비교적 순조롭다는 평가다. 올 시즌도 전광인과 함께 팀의 왼쪽을 책임지며 공·수 모두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했다. 집중되는 상대의 서브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 세트당 리시브는 5.88개로 독보적인 1위, 성공률도 57.34%로 좋은 편이다.
서재덕이 올 시즌 한국전력에서 해줬던 몫을 이어갈 수 있다면 현대캐피탈은 공·수 모두에서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다. 박주형보다 공격력은 더 낫고 수비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성민, 케빈은 물론 리시브 라인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득이 될 수 있다. 후위 공격 능력을 이용한 다양한 공격 루트 개척도 가능하다. 현대캐피탈의 기대치는 분명해 보인다.
물론 과제도 있다. 시즌 중 트레이드인 만큼 호흡을 얼마나 빨리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당분간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여기에 현대캐피탈은 이승원이 흔들릴 때 투입되곤 했던 권영민을 보냈다. 이승원이 좋은 재목임은 틀림없지만 아직은 경기 중에서도 기복이 있다. 최태웅의 몸 상태는 아직 100%로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이 김호철 감독의 냉정한 평가다. 이승원의 순항 여부도 이번 트레이드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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