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강하늘이 쑥쑥 자라고 있다. 키 얘기가 아니다. 배우로서의 실력과 명성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는 이름보다 얼굴로 알려진 신인에 불과했다. 강하늘 하면 모르고 ‘상속자들’ 그 잘 생긴 변호사 하면 “아하!”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강하늘의 배우 인생이 ‘미생’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있다.
2014년 최고의 화제작 ‘미생’은 연말 방송가에 수없이 뿌려지는 트로피 하나 못 받았다.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와 갈등과 대립, 그리고 화해를 거듭하며 드라마 양 축을 이뤘던 장백기(강하늘 분)도 마찬가지다. 비록 흔한 상장 하나 못 챙겼지만 장백기, 아니 강하늘은 이번에 톡톡히 남는 장사를 했다. 강하늘 하면 장백기로 통하면서 ‘미생’이 그를 완생으로 탈바꿈 시켰으니까.
어찌 보면 신데렐라 탄생 같다. ‘미생’ 한 편으로 확 뜬 청춘 스타 아니냐고 물을 법 하다. 그렇다면 ‘미생 이전의 강하늘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

영화 '평양성'(2011년) 단역으로 출발해 드라마 '몬스타', '투윅스' '상속자들'(이상 2013년)에서 조연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포영화 '소녀괴담'에서는 생애 첫 장편 주연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흥행은 지지부진. ‘연기 잘 하고 성실한 배우’라는 미완성의 틀 안에 갇힐뻔한 강하늘에게 돌파구를 빵 뚫어준 게 바로 미생이다.
‘미생’ 속 명문대 출신 대기업 신입사원 장백기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선의와 악의를 오가는 20대 차도남의 고민과 갈등을 오롯이 배우의 힘으로 표현하는 연기력이 필요했다. 장백기의 불완전한 감성이 입체적으로 춤을 춰야 고졸 출신 왕따 신입 장그래의 존재가 더욱 빛을 발하는 구도였기 때문. 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장그래에게 “오지랖도 넓은 병”이라고 이죽거리는 미소가 있었기에 시청자는 ‘미생’들의 아픔에 눈물을 쏟는 식이다.
이 정도 연기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온실 속 화초로 자란 배우에게는 불가능한 배역이다. 보기에 곱상한 강하늘은 잡초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고된 연기 수업을 이겨냈기에 관문을 통과했다. 그에게 배우로서의 삶을 가르치고 이끈 스승이 ‘천의 얼굴’ 연기파 황정민이다. 뮤지컬에 빠져 살던 강하늘을 발탁해 소속사 샘컴퍼니로 스카우트 한 그는 ‘신세계’ 정청마냥 겉에는 칼을 들고, 속에는 정을 품고 후배이자 제자를 조련했다.
강하늘은 연극 무대와 TV, 영화를 정신 없이 오가며 살았다. 본업이 배우라면 ‘무엇보다 연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황정민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스승처럼 그도 다작을 하면서 여러 무대를 거쳤다. ‘미생’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강하늘은 바로 연극 '해돌드&모드'에 오른다. 돈 되는 CF들 찍으면서 이 작품 저 작품 골라보자는 연예계 신데렐라 증후군이란 그의 사전에 없는 모양이다.
엄한 스승 밑에서 연기만 배웠으면 뭐 할까. 젊거나 늙거나 사고 치는 연예인들이 수두룩한 세상인데. 얼마 전 들려온 소식은 이런 걱정조차 강하늘에게는 ‘접근 불가’임을 확인했다. ‘미생’ 촬영이 끝난 후 저녁 자리에서 그를 돌봐주는 매니저들에게 수 백 만원 ‘돈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다. 돈이 많아 유세 떤 것이 아니었다.
한 측근은 "(강하늘이)잘 된 건 '다 형들 덕분'이라면서 매니저 전부에게 사례를 했다. 사실 잘 돼도 이렇게 주위를 잊지 않는 젊은 배우는 별로 없다. 연예인들, 특히 강하늘처럼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받는 신예들은 보통 자신이 해낸 성과에 더 집중하는 편인데, 오히려 주위에 그 공을 돌렸다"고 귀띔했다. 나이가 들기도 전에 고개 숙이는 법을 안 셈이다.
배우는 무엇보다 연기를 잘해야 된다. 아무리 스타성이 높아도 발연기 논란에 휩싸여서는 곤란하다. 연기력 만점일지언정 수시로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말썽꾸러기 스타는 단명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마냥 자기만 아는 이기적 배우들은 또 어떻고. 분명 ‘미생’ 전과 후로 배우 강하늘의 지명도는 확 달라졌지만 그의 인간미는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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