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은 2014년 하반기를 관통한 대중문화 키워드다.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돌을 뜻하는 바둑 용어가 널리 알려진 이유는 tvN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에 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유쾌하면서도 사실적으로 직장인의 애환을 다뤄 시청자들의 사랑과 공감을 받았다.
'미생'이 2014년의 마무리를 장식했다면, 지난해에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있다.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시청률을 뛰어넘어 일종의 문화현상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다. '미생'으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직장 생활이 조명됐다면, '응답하라 1994'는 199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재해석이었다. 출연배우들이 재발견된 것은 물론이다.
tvN은 2006년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출발해 예능프로그램에서 강세를 보여줬다. 최근에는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웰메이드 드라마를 내놓으며 '볼만한 케드(케이블 드라마)'라는 인식을 굳혀 가고 있다. 자체 역량 강화와 함께 지상파 출신 드라마PD들의 영입에도 힘쓰고 있다. 권석장, 이윤정 MBC PD가 올해 이적했고, 여타 젊은 PD들이 물망에 올라있다.

물론 tvN으로 대표되는 케이블 드라마가 단기간에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은 '예능형 드라마'가 탄생하기 까지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드라마 타이즈 형태의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 '미생'과 같은 정통 드라마 형태의 성공작 전에는 안타까운 실패작들이 있었다. 그동안의 다양한 시도와 노하우가 쌓여 '미생'과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으로 이어진 셈이다.
내년 tvN 라인업도 탄탄하다. '커피프린스'(2008)를 만들었던 이윤정PD는 내달 새 금토드라마 '하트 투 하트'를 선보인다. 권석장PD가 후속작을 준비 중이다. '풀하우스'(2004)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을 만든 표민수PD가 연출하는 새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이 2월 첫 방송된다. '미생' 패러디하는 2부작 드라마 '미생물'과 같은 독특한 도전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이명한 tvN 본부장은 최근 OSEN과 통화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CJ E&M 드라마 본부의 강화와 tvN 채널 내 노력이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코미디가 극화된 장르는 tvN이 지닌 강점이다. '미생물'은 tvN이라 가능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물론 정통 드라마도 분명 존재한다. 두 가지를 크로스오버시키며, 지상파와 다른 시도들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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