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SBS 드라마에 '별에서 온 그대'가 있었다면, 하반기는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이 있다. 부정할 수 없이 '핫'한 이 드라마는 완벽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 또 그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중이다.
'청담동 스캔들'은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방송분에서 22.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자체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지상파 아침드라마로서는 3년 만에 20%돌파에 성공한 '청담동 스캔들'의 무서운 질주다. 그런데 이 인기의 반은 자극적인 스토리, 그리고 반은 '발연기'가 담당하고 있다.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드라마는 사실상 강복희(김혜선 분)의 역할이 팔할이다. 그는 극의 마지막까지 극명한 선악의 대립에서 악을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조력자들이 모두 주인공 은현수(최정윤 분)의 편에 선 지금, 그야말로 고군분투의 나날이다.

강복희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악역이다. 치밀하게 악행을 계획하기보다는 그저 닥치는대로 행한다. 겉으론 친구, 속으론 '호구'인 최세란(유지인 분) 앞에서 착한 척 미소를 지어보일 때도 어색할 정도다. 최세란이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의아할 정도. 또한 은현수의 복수에 당할 때마다 거센 반격보다는 "은현수, 이 망할 게"라고 외치는 게 전부다.
그런 강복희로 분한 김혜선의 연기는 사실 코믹하다. 그동안 착한 역만 맡아왔던 때문인지, 악독해 보이려 노력하는 모습이 매 회 한눈에 보인다. 시청자들은 그에게 '메소드 연기'급의 열연은 바라지 않지만, 복수극에서 악역을 맡기엔 그는 어설프다.
그럼에도 강복희와 김혜선의 인기는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기 때문. '왔다 장보리'에서 이유리가 독한 연기로 주인공보다 '핫'한 악역이 됐다면, 김혜선은 어설픈 연기로 주인공 최정윤보다 '핫'해졌다. 네티즌은 그럼 김혜선의 분노 연기를 보고 '앵그리혜선'이라는 애정 담긴 별명을 붙여줄 정도다.
강복희 회장의 어설픈 악행과 김혜선의 어색한 여기가 '청담동 스캔들'만의 B급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다. 또한 여느 아침드라마들이 그렇듯 '청담동 스캔들'도 자극적인 소재와 이야기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막장에 어설픈 발연기가 더해지자 '청담동 스캔들'의 흥행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청담동 스캔들'은 이제 1월 2일을 마지막으로 종영할 예정. 복수극과 해피엔딩이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더 높은 흥행의 끝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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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스캔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