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 유지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한층 풍성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유지태가 보이는 조용한 카리스마, 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게 중심이 효과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힐러’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다.
유지태는 극중 문호 역으로 열연 중이다. 문호는 기자들이 선망하는 스타기자로, 거대 언론사인 제일신문 사주 김문식(박상원 분)의 친동생이다. 과거 80년대 해적방송을 하던 형들을 따라다니던 그는 자신을 삼촌으로 부르며 따르던 어린 영신(박민영 분)에 얽힌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힐러에게 영신의 일을 의뢰하며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던 그는 드디어 영신을 만나고, 그를 스타 기자로 키우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이야기 전개를 한층 빨라지게 했다.
문호는 영신이 다니는 인터넷 신문사를 통째로 인수해 영상팀을 만들고, 영신에게 인터뷰 기술부터 가르치면서 그를 성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영신의 곁에 있는 힐러, 정후(지창욱 분)는 문호에게서 의심스러운 면을 읽고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박봉수로 위장 중으로, 아픈 진실을 모두 하나씩 숨긴 이들이 색다른 삼각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문호는 영신을 날카롭게 몰아치면서도 언뜻 보이는 아픈 미소로 그가 영신에게 느끼는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오롯이 드러낸다. 어떤 말에도 넘어가지 않고, 스스로도 빈틈을 전혀 보이지 않는 냉철한 인물이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영신에게 느끼는 죄책감의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이 무거운 듯 내비치는 떫은 표정이 그 이유를 궁금하게 만든다.
특히 문호가 영신을 스타기자로 키워내는 과정에서 힐러에게 추가 의뢰한 한 가지는 영신을 지키라는 것. 여당 최고의원의 성스캔들 관련 기사로 인해 더욱 위험해질 영신을 지키기 위한 힐러의 활약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힐러, 정후는 문호의 의뢰에 따라 앞으로도 여심을 설레게 하는 변신을 통해 영신을 지키는 영웅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지창욱의 감각적인 액션이 속도감 넘치게 극을 끌고 갔던 ‘힐러’는 이제 유지태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극의 커다란 이야기 안에 그 위를 마음껏 휘젓고 다닐 지창욱의 액션, 또 두 남자 사이에 있는 박민영의 멜로와 로코 등 모든 것이 완벽히 들어맞으며 극을 뜨겁게 끓어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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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