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이 안 부럽다. 지창욱만 있다면.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극본 송지나 연출 이정섭)에서 지창욱이 맡은 역할은 ‘밤심부름꾼’ 서정후다. 서정후는 본명 대신 힐러라는 ‘코드명’으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인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의뢰인들부터 의뢰받은 일들을 해결하는 일종의 해결사다.
‘힐러’ 속 지창욱의 모습은 눈부시다. 잘생긴 외모는 기본에 맡은 일을 척척 해내는 뛰어난 순발력과 두뇌. 머리 회전만큼 빠른 몸놀림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뿐만 아니라 관심을 갖게 된 여기자 채영신(박민영 분)이 위기에 처할 때면 늘 나타나 악당들을 물리쳐 주는 의협심, 심지어 그를 위해 대신 복수까지 해주는 신사도까지. 마치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주인공 같다.

지창욱은 ‘힐러’를 통해 확실한 연기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간 그는 SBS ‘웃어라 동해야’, ‘다섯 손가락’, MBC ‘기황후’ 등을 통해 다양한 매력을 드러냈다. ‘웃어라 동해야’에서는 안방 ‘어머님’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불운한 청년으로, ‘다섯 손가락’에서는 열등감 가득한 피아니스트, ‘기황후’에서는 나약한 순정파 황제 역으로 분해 연기력을 뽐냈었다.
만화책에서 튀어 나온 듯 예쁘장한 ‘꽃미남’ 외모 때문일까? 지창욱이 맡아 온 역할들을 살펴보면, ‘남성미’와는 크게 관계가 없는 역할들이 많다. 그는 잘생긴 외모를 평범하거나 나약한 캐릭터 안에 숨겨둔 채 오로지 배역을 제대로 연기하는 데만 몰두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힐러’의 서정후는 나약함을 버리고 강인함을 보여야 하는 캐릭터다. 그는 각종 신식 기기들을 착용한 채 해커와 함께 일한다. 예상치 못한 일을 맞닥뜨렸을 때 탁월한 기지와 순발력으로 일을 해결해 내야 한다. 지창욱은 ‘이렇게 액션을 잘하는 배우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힐러’ 속 서정후의 액션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서정후는 액션만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여느 ‘히어로물’에 등장하는 영웅들처럼 정체를 숨긴 채 자신만의 고독을 드러내기도 하고, 변장을 통해 아예 다른 인물로 변신하기도 한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와 힘없이 배달 음식을 먹는 서정후의 표정에서는 쓸쓸함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반면, 채영신의 후배 연예부 기자 봉수로 위장한 모습에는 어리바리한 신입 기자의 어설픔이 뚝뚝 묻어난다.
이처럼 팔색조 같은 서정후가 제대로, 흥미롭게 표현되고 있는 것은 칼을 간 듯 자신이 가진 새로운 면모들을 보여주고 있는 지창욱의 연기력 덕분이다.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지창욱이 ‘힐러’를 통해 보여줄 남은 매력들이 기대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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