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몇 번의 갈림길이 있다. 선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때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해도 자신이 만족한다면 그건 나쁘지 않다. 행복할 수 있다. '여제' 서지수를 설명할 때 항상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미모의 여성 프로게이머로 주목받으며 남성 게이머들의 벽을 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이제 그는 당당한 사업가에서 한 가정의 아내로 과거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전격 은퇴 이후 2년 5개월 만에 깜짝 복귀한 스타리그서 서지수는 다시 한 번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OSEN은 오랜만에 e스포츠에 돌아온 서지수를 만나 그 동안 궁금했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이제는 사업가로, 한 가정의 아내로 제2의 인생
'여제' 서지수는 팬들에게 그리운 존재였다. 현역 시절 남자게이머들을 상대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적은 없지만 홍진호 박정석 박태민 등 전설적 프로게이머들을 한 차례 씩 잡아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우스갯소리로 서지수가 찍거나 이긴 상대는 은퇴를 맞은 선수들이 많아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스타1과 스타2를 사이에 두고 한참 어지러웠던 2012년 그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스타2 리그 시작을 앞두고 은퇴를 결정했을 때 모두들 스타성을 가지고 있는 그의 은퇴를 아쉬워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은퇴를 아쉬워할 틈도 없이 급하게 결혼하면서 제 2의 인생을 걷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프로게이머를 관두고 쇼핑몰을 운영한 것도, 지금의 향기 사업을 하는 것도 결혼까지도 저의 이런 생각에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남편이 저 보다 2살 연하인데 오빠같아요. 매일이 이벤트인 로맨티스트이기도 하고요. 너무 남편 자랑을 한거죠?(웃음). 최근에는 남편과 함께 LOL을 하곤 해요. 저는 골드, 그 사람은 실버인데 너무 즐거운 거 있죠. 아마 팬 여러분들도 좋은 분들을 만나시면 저 같이 말씀을 하실거에요".

▲ 다시 돌아온 e스포츠, '열정을 불태워 행복해'
지난 21일과 25일, 대한민국 인터넷포털은 '서지수'라는 이름 석자로 뜨거웠다. 사회적 화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서지수는 여전히 스타파워를 과시했다. 결과는 32강 탈락이지만 서지수는 다음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대회 출전이 갑작스럽게 결심하게 됐어요. 사실 예전부터 대회에 참가해달라는 섭외를 받았는데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선뜻 용기도 안 나더라고요. 이번에는 정말 여러가지로 잘 맞았어요. 지인 분들이 적극 권하시기도 했고, 온게임넷무대에서 다시 열리는 스타리그에 의미를 두고 싶었어요. 떨어지는 건 당연할지 몰라도 조금의 힘이라도 대회에 보태고 싶었거든요".
서지수의 말대로 결과는 2패 탈락이었지만 그는 전혀 후회 없는 표정이었다. "연습할 때 승률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살짝 기대했어요. 하지만 너무 긴장했는지 마음대로 경기가 안 풀리네요. 그래도 재미있었고,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정을 불태워 행복했어요."

▲ "프로게이머를 해서 행복했어요"
의류 쇼핑몰을 하던 서지수는 향기 전문 브랜드 앤플러스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남편은 앤플러스원의 공동대표 고신재. 이번 리그 참가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그의 남편이기도 하다.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어쩔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알아주셔서 매출은 났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영혼없이 일을 하고 있던 시기였죠. 그 와중에 남편을 만났는데 남편이 서지수라는 특별한 브랜드를 잘 살려 보자면서 제안을 했죠. 즐겁게 다시 일을 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는 e스포츠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서지수는 바쁜 와중에 틈을 내서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자 e스포츠 종목인 LOL을 남편과 함께 즐기면서 동료들의 근황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TV가 활성화 된줄 요즘에야 알았어요. 사설 서버도 그렇고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STX 동료들과 같이 게임도 하고 그래요. 게이머때는 제가 안될때가 많았지만 LOL은 제가 캐리할 때가 있어요(웃음)."
앞으로 계획을 묻자 서지수는 "이번에 사실 저도 놀랐어요.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을 줄 몰랐어요. 팬 여러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대회는 아니더라도 e스포츠 행사라든지 제가 힘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팬 여러분들이 주신 사랑을 보답하고 싶어요. 지금의 서지수도 좋지만 예전 프로게이머 시절이 행복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스타1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보겠습니다"며 팬들에게 이제까지 받았던 사랑에 대해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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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