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두 외국인 투수가 큰 틀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하나는 한국에 남았고, 하나는 일본으로 향했다. 하지만 팬들의 사랑을 유지하면서, 각자 다른 위치에서 연봉 대박을 터뜨리며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두산은 29일 리그의 대표적인 ‘장수 외국인’이자 팀의 ‘에이스’인 더스틴 니퍼트(33)와 재계약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재계약 협상이 다소간 늦어진 점은 있었지만 어쨌든 두산 팬들로서는 최고의 연말 선물을 받은 셈이 됐다. 이는 니퍼트도 마찬가지였다. 니퍼트는 총액 150만 달러(약 16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니퍼트는 올해 30경기에 나가 14승7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하며 두산 선발진의 버팀목 몫을 톡톡히 해냈다. 2011년 두산 입단 이래 총 107경기에서 52승을 기록했고 헌신적인 모습, 그리고 외국인 선수답지 않은 인성까지 선보이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올해 연봉(38만7000달러)에 비하면 4배가량이 뛴 수치다. 물론 올해 연봉은 다소간 축소 발표된 경향이 있어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두산도 화끈한 대우를 한 셈이다. 한편 니퍼트의 연봉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외국인 선수로서는 최고 연봉이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마땅치 않은 선수들을 제외한, 공식적인 발표로는 그렇다. 여기에 2015년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로는 최고 연봉자가 될 공산이 커졌다. 김태균(한화)이 15억 원을 받지만 내년에도 같은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상징성이 큰 대목이다.
니퍼트는 메이저리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0년 텍사스에서 66만5000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50만 달러 이상을 받은 첫 시즌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으며 두산에 남는 것을 택했다. 계속해서 지금의 기량만 보여준다면 2016년 계약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평가다.
한편 일본으로 향한 릭 밴덴헐크(29) 또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법하다. 지난해 한국에 온 밴덴헐크는 2년간 20승을 거두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올해는 25경기에서 13승4패 평균자책점 3.18의 빼어난 활약을 펼쳤고 한국시리즈에서도 기세를 이어가며 삼성의 우승에 공헌을 세웠다. 여기에 트위터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 동료들과의 원만한 관계 등으로 기량 외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밴덴헐크를 붙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밴덴헐크는 최근 소프트뱅크와 2년 4억 엔(36억5000만 원)에 계약하며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외국인 선수 몸값에 대해서는 다소간 축소해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 환율로 치면 2년 350만 달러가 채 안 되는 수치인데, 삼성에서도 그 정도 대우는 해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2년 기준 4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보장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한국에 처음 올 때 ‘공식적으로는’ 연봉 25만 달러를 받고 왔으니 역시 금전적으로는 충분한 보장을 받은 셈이다. 어쩌면 삼성 팬들로서는 야속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미운 털은 하나도 없이 떠나 아름다운 작별의 정석을 보여줬다. 떠나면서도 동료들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남겼고 시즌 뒤에는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으며 자신을 성원해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다른 선택을 했지만 두 선수 모두 좋은 대우와 모양새로 앞으로의 갈 길을 정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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