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김구라, 시상식의 '신스틸러'였던 이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2.30 16: 21

2014 KBS 연예대상과 MBC 연예대상은 ‘국민 MC’ 유재석의 차지가 됐다. 오랜 시간 양 방송사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진행을 맡아온 유재석이었기에, 그의 수상에는 누구도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빛나는 대상의 뒤 편, 대상 수상자 못지않은 왕성한 활약으로 각 방송사를 지켜온 두 예능인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특히 두 사람은 최근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겪은 상황에서도 묵묵히 시상식에 참석, 동료들과 함께 하는 모습으로 프로 정신을 발휘했다. 개그맨 김준호와 김구라였다.
김준호와 김구라는 본의 아니게 연말 시상식의 ‘신스틸러’가 됐다. 각각 KBS와 MBC의 연예대상에 참석한 이들은 비교적 밝은 얼굴이었고, 동료들의 수상소감에 종종 오르내렸다. 어떻게든 위로를 건네고 싶은 동료들은 수상소감을 통해 이들을 응원했고, 어김없이 카메라는 두 개그맨의 씁쓸한 표정을 담았다. 쉽지 않은 개인사까지도 유머의 소재로 활용되는, 어쩔 수 없는 희극인의 운명이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페이소스를 느끼게 했다. 
김준호는 개그맨이자 한 소속사를 이끌었던 대표로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운영하고 있던 매니지먼트사 코코엔터테인먼트(이하 코코)의 공동 대표 김모 씨가 횡령을 한 후 잠적을 한 상황. 김 씨의 잠적으로 인해 코코 측은 소속 개그맨들의 출연료를 미납했고, 결과적으로 40여 명에 달하는 개그맨들이 대부분 코코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코코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김준현은 "선배이자 친한 형이자 나의 사장이었던 영원한 우리 보스"라고 김준호를 일컬으며 "지금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똘똘 뭉쳐 이겨내고 있으니 걱정 말아 달라"고 지켜보는 이들에게 당부하며 김준호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또 다른 후배인 김지민 역시 김준호에 대해 “선배님이 항상 말했다. '돈을 남기는 것보다 사람을 남기라'라고 하시더라”며 “김준호 선배님은 사람을 너무 많이 남겼다. 주변에서 '어느 한 사람 때문에 네가 많이 힘들지'라는 소리를 듣는데 우리는 선배님 한사람 때문에 흩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상의 영광을 선배께 돌린다. 힘내세요"라고 위로했다.
데뷔 이래 여러 번의 고비를 넘겨 온 김구라 역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황장애와 이를 야기한 개인사가 화제에 올랐다. 지난 29일 열린 2014 MBC 연예대상에서 김구라는 대상 후보에 올랐다. 당초 공황장애로 인해 방송을 잠시 쉬었던 그는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 불참할 것이라고 알렸으나, 2부부터 모습을 드러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시상식 내내 다소 그늘이 있는(?) 웃음을 지으며 동료들을 축하했던 그는 MC와의 짧은 인터뷰에서 ”혼자 유난을 떨어 죄송스럽다. 자업자득이다. 건강하지 못한 모습 보여드려 죄송하다. 여러분의 가정 행복하시길 바란다“며 ”수염은 면도할 시간 없었다. 칩거 후 나타난 정치인처럼 수염을 길러 봤는데 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셀프 디스를 하며 재치를 뽐냈다.
또 그는 자신보다 표를 받지 못할 것 같은 후보를 묻자 “내가 지금 그런 것이 무슨 의미냐”고 말해 웃음을 줬다. 뿐만 아니라 뮤직-토크쇼 부문 특별상을 수상한 뒤에는 “공황장애 대선배이신 이경규 선배께 조언을 받았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좋은 시간 보내라는 것이었다. 두 프로그램은 저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다. 방송 하는 동안 모든 고민을 잊을 수가 있다”고 진심을 드러냈고, 아들에 대해서도 “동현이, a.k.a MC 그리, 턴업(turn up)"이란 인사로 따뜻한 부정을 표해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기는 예능인에게 찾아온 순간의 어려움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준 한편, 이들이 가진 인간적인 면모를 재발견하게 만들었다. 대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올 한 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두 예능인이 다가오는 새해에는 어려움을 딛고 더욱 진정성 있는 예능인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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