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갇힌 야생, 패션브랜드가 모피를 벗어던진 이유
OSEN 이우찬 기자
발행 2014.12.31 06: 00

모피 때문에 인간은 따뜻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동물은 춥다. 1㎡ 공간에서 동물은 야생의 습성을 잃고 특질의 모피 생산을 위해 사육되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8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모피에 대한 수요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패딩 점퍼 속에 들어가는 모피를 위해 동물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소비자도 따뜻한 모피를 원하는 게 현실”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모피 NO’를 외친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더 베이직하우스 그룹의 계열사인 베이직하우스는 지난해 동물자유연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모피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야생의 습성을 잃어버린 동물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1년에 모피 생산을 위해 5000만~8000만 마리의 동물이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피로 이용되는 동물에는 야생동물들이 많다. 야생동물은 본능적으로 야생의 습성을 지니는데 동물들은 모피 생산을 위해 야생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송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모피 80% 이상이 모피농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모피농장은 가로 세로 1m도 안 된다”며 “그곳에서 너구리나 밍크 등을 철망에 가둬놓고 기르는 것이다”라고 했다.
동물적인 본능이 1㎡ 공간에 갇힌 것. “(야생성을 잃고) 동물들이 서로 공격하고 잡아먹고 야생 습성이 억압되는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다”고 한 활동가는 설명했다.
자연에서 밍크는 하루의 대부분을 물에서 보낸다. 그게 본능이다. 그런데 농장에서는 철망에서 가둬 길러진다. 한 활동가는 또 “모피 농장에 있는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의 가죽을 벗긴 사체를 갈아서 만든 사료를 먹는다”고 덧붙였다.
비인도적 도살도 문제다.
한 활동가는 “도살되는 과정에서 좋은 품질의 모피를 얻기 위해 인도적인 도살이 어렵다”고 말했다.
▲패션브랜드가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베이직하우스는 지난해 동물자유연대와 협약을 맺고 모피 사용 금지를 실천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 ‘굿 피플(Good People)’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게 베이직하우스의 설명이다.
이윤하 베이직하우스 마케팅팀 사원은 “후드에 라쿤 털이 달린 점퍼가 많은데 베이직하우스는 지난해부터 페이크퍼(인조 모피)를 사용해서 경각심을 깨우려고 했다”며 “올해는 아예 털 자체가 달리지 않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송아 활동가는 이에 대해 “(협약은) 모피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동물성 소재는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업이)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 해도 사실은 힘들다. 국내서는 베이직하우스가 모피를 사용해왔다가 (협약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첫 사례다. 기존에 사용하다가 사용하지 않기로 해 의미가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연예인 김준희씨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 ‘에바주니’ 또한 모피가 아닌 인조퍼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외국 아웃도어브랜드 ‘파타고니아’ 또한 올해부터 비인도적으로 푸아그라 산업에서 사용되는 오리나 거위의 털을 채취하지 않는 다운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모스카’ 오유경 디자이너는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개인 디자이너이자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한송아 활동가는 “국내서는 드러내놓고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곳은 없다”며 “기업에서 이걸 안 한다고 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실천하는 것을 높게 사는 거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동물들의 야생성은 모피 생산을 위해 1㎡ 공간 속에 묶여 있다. 동물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기업들의 실천은 그래서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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