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이 다시 둘이 됐다. 자숙기간을 갖던 길이 복귀 무대에 오르며 팬들에게 반가운 공연을 선사했고, 콘서트에는 그의 절친들이 함께 해 공연을 더욱 뜻 깊게 했다.
리쌍, 정인, 스컬&하하는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합동 연말콘서트 ‘합X체’를 열고 팬들을 만났다. 2014년을 마무리하는 이번 공연은 특히 리쌍 길의 복귀 무대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4월 길이 음주운전으로 방송에서 하차한 후 처음 갖는 공식 무대였기 때문.
리쌍 공연을 위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길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은 의상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고, 수염도 길러 조금은 생소한 모습이었다. 그는 노래를 부른 후 고개 숙여 사과 인사하며 “정말 그리웠고,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 벅찬 모습으로 노래를 이어갔다.

이날 공연에는 길의 컴백에 힘을 실어준 절친들의 모습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랜만에 리쌍의 무대에 오르면서도 과장 없이 담담하게 옆에 있어 준 개리, 그리고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하며 연신 길을 껴안으며 애정을 드러낸 하하, 이들을 위해 특별 게스트로 나선 정형돈과 데프콘이 특히 그랬다. 조금은 빠른 듯해 멋쩍을 수 있는 컴백, 길은 이 같은 우정을 에너지 삼아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콘서트 오프닝은 신예 다미아노가 맡았다. 조용했던 콘서트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다미아노에 관객은 색색의 야광봉을 흔들며 환호했다. 이후 ‘합X체’ 공연을 설명하는 짧은 영상이 있었고, 곧 본격적인 콘서트가 시작됐다. 힙합과 레게, 소울이 하나 된 합동 공연의 시작이었다.
첫 무대에는 스컬&하하가 등장했다. 두 사람은 ‘레게 머핀(Ragga Muffin)’, ‘노 모어 트러블(No More Trouble)’로 포문을 열었다. 하하와 스컬이 나타나자 화려한 조명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관객은 일제히 손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빠른 비트와 리드미컬한 래핑이 이어졌고, 스컬&하하는 여유로운 무대매너로 관객과 호흡하며 공연 분위기를 뜨겁게 했다.

하하는 이날 복귀 무대를 갖는 길에 대해 “잘못한 건 분명히 혼 나야 한다”고 살짝 언급하면서도, “저도 마찬가지고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이들은 이후 ‘바보에게 바보가’, ‘후 렛 더 독스 아웃(Who Let the Dogs Out)’, ‘부산 바캉스’, ‘노 워먼 노 크라이(No Women No Cry)’ 공연을 이어가며 흥겹고도 열정 뜨거운 레게 무대를 선보였다. 팬들과 허물 없이 소통하는 두 사람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정인이 ‘미워요’, ‘살다가 보면’을 부르며 등장했다. ‘장마’에는 남편이자 기타리스트인 조정치가 함께 했는데, 섬세한 기타 연주와 정인의 감미로운 노래가 조화를 이뤄 관객을 귀 기울이게 했다. 정인은 ‘샹들리에’, ‘사랑은’으로 개인무대를 마쳤다.
다음은 이날의 주인공 리쌍의 무대였다. 길과 개리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자 관객은 뜨거운 환호로 둘을 반겼다. 어두운 조명 속 등장한 리쌍은 ‘독기’와 ‘나란 놈은 답은 너다’를 부르며 여전한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길은 90도 고개를 숙여 관객에 인사를 했다. 그는 “솔직히 너무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아서 정말 떨린다. 여러분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할까..정말 그리웠다. 그리고 또, 너무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드릴 말씀이 이것 밖에 없다. 저 때문에 가슴 아팠던 많은 분들, 저를 대신해 너무 많은 사과를 했던 멤버들, 그리고 강개리. 제일 미안한 친구다”라며 거듭 사과했다. 검은 모자와 선글라스 뒤로 그의 표정은 어땠는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진심은 관객에 와 닿았다.
리쌍은 이후 ‘발레리노’, ‘TV를 껐네’,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개리와 기리’ 등 히트곡을 연달아 불렀다. 그간 함께 무대에 서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을 모두 풀어내려는 듯,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 끈끈하게 호흡하며 음악적 열정을 담은 공연을 선사했다.

공연 후반부는 개인, 단체 콜라보레이션으로 꾸며졌다. 개리, 정인, 스컬은 ‘술 취한 밤의 노래’, ‘연예인이고 지랄이고’로 함께 호흡했으며, 개리와 정인은 올 해 사랑받은 듀엣곡 ‘사람냄새’ 무대를 선보였다.
길과 하하는 ‘제발’, ‘술병’, ‘난 멋있어’로 공연 분위기를 달궜다. 노래를 하던 중 하하는 길을 향해 “정말 반갑다. 사랑한다. 진심이다. 진짜 보고 싶었다”고 말을 건네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뜨거운 포옹을 하기도 했다.
이날 게스트로 등장한 형돈이와 대준이는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와 ‘꺼져’로 재치 있으면서도 신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정형돈은 MBC ‘무한도전’에서 함께 했던 길에 대해 별 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단지 공연으로 그 마음을 전했다.
공연 말미에는 리쌍, 정인, 스컬&하하가 모두 무대에 올라 ‘합X체 콘서트’다운 무대를 펼쳤다. ‘겸손은 힘들어’, ‘키 작은 꼬마 이야기’, ‘너는 내 운명’, ‘로사’, ‘광대’ 등 팬들이 모두 따라 부를 수 있는 즐거운 곡들이 이어졌다. 끝까지 이어진 공연 열기와 에너지가 마지막을 아쉽게 했다. 그 열기 그대로 힙합 메들리 등 앙코르 공연이 이어져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합X체 콘서트’는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며, 이날은 방송인 유재석이 지원사격해 특별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sara326@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