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SBS 연예대상' 고른 나눠갖기, 정말 의미있을까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12.31 07: 06

2014 SBS 연예대상은 31개 부문에 프로그램을 제외한 수상자만 38명이다. 거의 모든 SBS 예능프로그램에 하나 이상의 상이 돌아갔다.
지난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4 SBS 연예대상은 올 한해 SBS 예능을 총정리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러나 수상 부문이 너무 세분화돼있어 사실상 모든 프로그램에 상이 돌아갔다. 개인이든 프로그램 전체든 모두를 챙겼다. 결국 매회 반복되는 '나눠 먹기'의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이날 수상 부문은 대상을 제외하고도 30개로 나뉘어져있었다. 거기엔 특별상이라는 흔하지만 그 의미가 분명치 않은 상부터 예능 뉴스타상과 신인상 등 그 차이를 잘 알 수 없는 상들도 있었다. 버라이어티와 쇼&토크쇼를 또 다시 나눔으로써 본상을 더 세분화했다. 물론 모두 같은 예능이라 여기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겐 잘 와닿지 않는 기준이다.

또한 베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상은 MC, 엔터테이너, 커플, 패밀리, 팀워크 등 모두 5개다. 프로듀서상 라디오 부문과 라디오 DJ 상 파워FM, 러브FM이 각각 따로 시상됐다. 방송작가상의 경우 교양다큐, 예능, 라디오가 나뉘었다. 여기에 베스트라고 이름 붙여진 상들에는 수상자가 최소 2명에서 '오 마이 베이비' 네 가족까지 절대 적지 않았다.
특별상의 경우 'K팝스타'라는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을 챙겨주고자, 그리고 그 안에서 활약한 유희열을 챙겨주고자 만든 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말하자면, 유희열에게 상을 하나 주긴 줘야겠는데 마땅히 그 이름을 정하기 어려울 때. 상을 시상하면서도 이 상이 왜 특별한지, 유희열이 왜 우수나 최우수가 아닌 특별상을 받아야하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이들의 수상은 분명 값진 것이었지만, 이러한 남발로 인해 의미가 퇴색돼 보였다. 많은 상을 정해진 시간 안에 다 나눠주려다 보니 수상 소감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제작진은 소감을 빨리 끝내도록 여러 번이나 재촉했다. 생방송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빠른 재촉이었다. 그러다보니 기억에 남을 만한 수상 소감도 드물었다. 이국주, 조세호처럼 감격에 찬 이들도 있었지만, 흔한 상이다보니 일반적인 수상 소감이 대부분이었다.
시상식들이 상 남발로 그 의미가 퇴색된 것은 오늘내일이 아니다. 이날 SBS 연예대상 또한 그러했다. 모두가 기분 좋게 돌아가게끔 하는 것은 좋지만, 시상식다운 긴장감이나 상이 가진 보다 값진 의미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제외하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예능을 만든 모두가 다 최선을 다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에게 모두 상을 주고픈 마음이란 것도 이해가능한 범위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에 상을 다 챙겨준다는 건 그 상들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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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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