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방송 3사 트리플 크라운은 안타깝게 좌절됐다. 그의 독주를 멈춘 것은 관록의 힘이었다. 방송인 이경규는 게스트의 속내를 끄집어내는 진솔한 토크와 아이들과의 소통에서도 막힘이 없는 의외의 친근함으로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SBS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며, 이로써 '최우수상징크스'도 깨지게 됐다.
2014년도 SBS에서 '글로벌 붕어빵'과 '힐림캠프-좋지아니한가' 진행을 맡은 이경규는 지난 30일 오후 8시 55분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꿈에 그리던 대상을 품에 안았다.
이날 그와 경합을 벌인 후보들은 쟁쟁했다. 이미 KBS와 MBC에서 연예대상을 받은 유재석, 넘치는 에너지와 지칠줄 모르는 체력의 강호동, 각종 오지를 다니며 몸을 아끼지 않는 '족장' 김병만까지. 그가 "대단한 후배들과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할만 했다.

이들을 제치고 대상의 영예를 안은 이경규. 그의 이번 대상 수상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 먼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최우수상'에만 그치고 대상에는 오르지 못했다는 징크스가 깨졌고, SBS에서는 처음 받는 대상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또한 시상식을 진행하는 MC가 대상을 받은 것도 처음 있는 일. 대상 후보자 발표가 있고 난 뒤 이경규는 자신의 대본을 보며 "내 마지막 진행 멘트가 '대상 받으신 분들 축하합니다'로 돼 있다"며 자신이 대상 수상자가 아닐 것으로 푸념하기도 했다. 그간 진행자가 대상을 받은 경우가 없었기에 이경규는 대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더욱 놀라워했다.

굵직한 커리어를 쌓은 것보다 사실 이번 상에는 더욱 큰 의미가 있다. 그는 수상소감을 말하며 지난 11월 부친상 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올한해 정말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몸도 안 좋았고, 가장 존경하는 아버님이 세상을 떠났다"고 사연을 전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사셨으면 이 행복한 순간을 맞으셨을 텐데..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재능으로 상을 탔다. 하늘에 계신 아버님께 이 상을 받친다"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더욱 뜻깊은 상이었다.
그는 함께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받지 못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경규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정말 생각도 못했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여러분들의 발목을 붙잡아서 정말 죄송하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힐링의 아버지'라는 별칭답게 그는 "늘 수준높고 건강한 웃음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마지막으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가 대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함께 후보에 올랐던 유재석과 강호동, 김병만을 포함한 후배 방송인들이 다 함께기립해 밝은 표정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낸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고 보기 좋았다. 예능인들에게 늘 존경받는 선배로 꼽혀온 이경규. 올해 활약을 통해 '힐링의 아버지'가 된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2015년도 올해처럼 푸르고 건강한 웃음으로 안방을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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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