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키맨 인터뷰] 완전체 포수? 이재원, “남은 반쪽도 찾아야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1.01 13: 48

“글쎄요, 잘 실감이 나지 않네요”(웃음)
이재원(27, SK)은 항상 밝은 얼굴과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좀처럼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없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참고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바로 이 성격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날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밝았다. 시즌의 치열함을 잠시 내려놔서 그럴까. 아니면 평소와는 달리 잠시 야구 외적인 이야기가 이어져서 그럴까. 신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수화기 너머임에도 밝은 미소가 절로 연상될 정도였다. 경쾌하고, 또 가뿐했다.
이재원은 지난 12월 6일 김다혜(28)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재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소개로 만났다. 햇수로는 9년, 만 8년 정도가 됐다”라고 했다. 프로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시작된 인연. 김 씨는 그렇게 이재원의 옆에서 항상 든든한 조력자로 함께 했다. 이재원은 “돌이켜보면 크게 싸운 것도 없었다. 오히려 사귀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잘 기다려줘서 고맙다”라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이는 이재원의 굴곡진 프로인생과도 연관이 있다.

이제는 아내가 된 김 씨를 만날 때까지만 해도 이재원의 앞날은 탄탄대로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특급 포수로 손꼽혔다. 인천고, 그리고 청소년 국가대표팀의 안방마님이었다. 야구계에서는 “대형포수가 나왔다”라고 환호했다. 2006년 신인지명회의에서 연고팀 SK의 1차 지명을 받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프로의 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배들이 버티고 있었다. 이재원의 재능은 타격, 그 중에서도 왼손 투수를 상대로 한정됐다. 포수 마스크를 쓸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선수 이재원’은 여러모로 반쪽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따라붙는 것도 당연했다. 당시 SK는 지금은 대스타가 된 류현진을 지명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재원을 선택했다. 첫 시즌부터 프로야구를 접수한 류현진의 활약은 역설적으로 이재원의 어깨를 축 처지게 했다. ‘포수는 안 되는, 왼손투수 전문 대타 요원일 뿐’이라는 선입견에도 시달렸다. 이재원은 “보이지 않았지만 비난이 많았을 것”이라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아니다.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라고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 때마다 아내가 있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고, 평범한 연애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만 묵묵히 지금의 남편을 응원했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이재원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일어섰다. 지난해 120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 12홈런, 8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0을 기록하며 SK의 타선을 이끄는 주축으로 우뚝 섰다. 이전 7시즌에서 총 658타수를 기록한 이재원은 지난해 한 해만 412타수를 소화했다. 포수로도 꽤 많은 경기에 나가며 자신감도 얻었다.
결과는 따뜻한 겨울이었다. 지난해 연봉협상에서 1억 원이 오른 1억7500만 원에 계약을 마쳤다. 단숨에 억대 연봉자가 됐다. 그리고 오랜 기간 자신의 곁을 지킨 아내와 평생을 약속했다. 이제 이재원은 그런 아내를 보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라는 것을 잘 아는 까닭이다. 이재원은 “가장도 된 만큼 책임감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아내에게도 더 잘해줘야 한다”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타격 능력은 검증을 마쳤다. 이재원의 통산 타율은 3할9리다. 2007년 이후 1000타석 이상 타석에 들어선 타자 중 10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SK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다. 이제는 수비다. 이재원은 “포수로서 성공하고 싶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양보할 수 없는 자리다. 지난해는 후반기에 페이스가 다소 처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도 보완한다는 각오다. 이재원은 “지난해 너무 잘했으면 올라가기가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특유의 긍정적인 심성과 함께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과정은 순탄하다. 지난 3년간 팔꿈치, 손목 부상으로 겨울을 재활과 함께 보내야 했던 이재원이지만 올해는 잔부상이 없다. “겨울에 방망이를 들어보는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라는 말과 함께 너털웃음을 짓는 이재원의 목소리는 차라리 행복해 보였다. 현재는 꾸준히 개인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심장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이재원은 “부담은 차라리 예전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그 부담만 하겠는가”라면서 “더 열심히 준비해 내년에는 무조건 올해보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2014년 말, 이재원은 인생의 반쪽을 찾았다. 그리고 이제, 그라운드에서 잃어버린 반쪽도 마저 찾겠다는 의지와 함께 2015년을 활짝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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