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결산] 감동과 아쉬움 공존했던 인천아시안게임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12.31 06: 49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진한 감동과 아쉬움이 공존한 무대였다.
한국은 지난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16일간 안방에서 펼쳐진 아시안게임서 금 79, 은 71, 동 84개를 따내며 중국(금 151, 은 108, 동 83)에 이어 5회 연속 종합 2위의 위업을 달성했다.
구기 종목(야구, 핸드볼, 하키, 농구, 배구, 축구)과 비인기 종목(정구, 우슈, 요트, 조정, 복싱, 카누 등)의 선전은 박수를 받을만했고, 기초 종목인 육상(금 47)과 수영(금 53)의 부진은 해묵은 과제로 남았다.

▲ 효자 종목
펜싱, 양궁, 사격 등 비인기 종목들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펜싱은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서 달성했던 사상 최고 성적(금 7, 은 2, 동 5개)을 경신했다. 12개 종목서 총 금 8, 은 6, 동 3개를 수확했다. 2관왕도 4명이나 나왔다. 여자 사브르 이라진, 여자 플뢰레 전희숙, 남자 에페 정진선, 남자 사브르 구본길이 2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전통의 효자 종목인 양궁도 변함없는 강세를 유지했다. 최초로 컴파운드 종목이 도입된 이번 아시안게임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 8개 중 5개를 따냈다. 은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도 보탰다. 리커브와 컴파운드 여자부의 정다소미와 최보민이 2관왕을 차지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사격에서도 금빛 낭보가 이어졌다. 금 8, 은 11, 동 8개를 수확하며 한국의 종합 2위 달성에 큰 힘을 보탰다. 김준홍과 김청용은 두 번이나 금빛 총성을 울렸다.
성적은 투자에 비례한다는 스포츠의 단순한 명제를 증명했다. 세 종목 모두 기업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까닭이다. 펜싱은 SK텔레콤으로부터 매년 평균 20억 원 이상을 후원받았다. 양궁은 지난 1985년부터 지금까지 현대자동차로부터 약 380억 원, 사격은 한화로부터 매년 8~9억 원을 지원받았다.
▲ 구기 종목이 안긴 감동
한국은 이번 대회서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구는 대만과 결승서 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축구대표팀은 연장 혈투 끝에 북한을 꺾고 28년 만에 시상대 꼭대기 위에 섰다. 농구 대표팀은 남녀 대표팀 모두 정상에 올랐다. 남자 대표팀은 아시아 최강 이란을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키며 2002년 부산의 영광을 재현했다. 여자 대표팀도 만리장성 중국을 넘고 2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탈환했다. 여자 배구대표팀도 중국을 잡고 2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 손연재와 박태환
인천에서 유독 빛난 이들이 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와 '마린보이' 박태환이 주인공이다. 손연재는 안방에서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12 런던올림픽서 아쉽게 곤봉을 놓치며 5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깨끗이 씻었다. 남다른 기량으로 팬들의 의구심도 모두 떨쳤다.
박태환은 역사를 새로 썼다. 금빛 물살을 가르지는 못했지만 2006 도하아시안게임(7개)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7개)에 이어 이번 대회서 총 6개의 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안게임서 총 20개의 메달을 수확, 사격의 박병택(금 5, 은 9개, 동 5)을 넘어 한국 선수 최다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 허점투성이었던 대회 운영
태극 남매들의 선전에도 군데군데 허점을 드러냈던 대회 조직위원회의 부실한 운영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자원봉사자들의 아마추어적인 태도부터 대회 도중 성화가 꺼지는 등의 사건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작부터 운영의 미숙함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개회식 성화 점화자를 사전 공개해 김을 뺐다. 사전 교육이 부족했던 조직위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도 고스란히 허점을 노출했다. 취재 환경도 낙제점이었다. 공동취재구역은 접근성이 떨어졌고, 스타들과 사진을 찍으려는 자원봉사자들과 팬들로 뒤섞였다. 기자회견장에서는 통역 부족 등으로 애를 먹었다. 선수단과 취재진의 이동 수단이었던 셔틀 버스도 운영 시간 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라는 격언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 내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있다.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실패를 거울 삼아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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