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가 지난 30일 열린 '2014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MBC와 KBS는 이미 제패했지만 SBS와는 유난히 인연이 없었던 그이였기에 의미가 컸다.
그의 대상 수상은 다소 늦은감이 있었지만 마땅하다는 반응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와 '붕어빵'이 S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힐링캠프'는 3년째, '붕어빵'은 5년째다. 전반적으로 주중 심야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이 주춤하면서 '힐링캠프' 역시 그 영향을 받고 있지만,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던 때가 있었다.
동료 MC들이 떠날 때도,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도 그는 그 자리에 있어줬다. '힐링캠프'는 한혜진에서 성유리로, '붕어빵'은 김국진에서 김일중 아나운서로 바통터치를 했지만 여전히 이경규는 프로그램의 상징적 존재였다. 또한 그는 2012년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버럭'으로 만인에게 웃음을 주는 그가 정작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안타까워 했다. 최근엔 부친상을 당했다.

그럼에도 그는 건재했다. 부단한 자기관리와 성실함 덕분이었다. 미묘한 부침과 영화 제작이란 외도가 있었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도, 바닥으로 내려 온 적도 없다. 이날 수상 소감에서도 위트는 빛났다. 그는 "여러분의 발목을 잡아 미안하다"면서도 "상복이란 것은 무시할 수 없다"고 일부러 젠체했다. "5년 동안 일했는데 이름을 잘 모른다. CP님들은 이름을 정확히 안다"고 말하는가 하면, 코믹한 춤사위로 마무리했다.
1981년 제 1회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그는 33년째 현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방송인이다. 이날도 그는 시상식 MC를 맡았다. 순발력과 재치로 매끄러운 진행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시상자 태진아에게 "성의있게 방송을 하라"고 말하는 등 웃음을 안겼다. 수상 소감에서 언급했듯, 내년 상반기에는 딸 예림이와 함께 장혁재PD의 새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때문일까. 이경규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김병만, 강호동, 유재석 등 후배들은 너나할 것이 없이 기쁜 얼굴로 박수를 보냈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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