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가 '플랫폼의 한계'을 뛰어넘는 진화를 이뤄냈다. tvN을 필두로 한 OCN 등 케이블 드라마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반복 거론됐지만, 소재의 차별성이나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 합격점을 따내고도, 시청률이라는 객관적 지표 앞에 결국 고개를 숙였던 게 사실이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이 그랬고, '막돼먹은 영애씨'와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 그리고 올해 방송된 '고교처세왕'과 '갑동이' 등도 대표적인 예다. '시청률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이 거듭됐지만, tvN 역시 '성공했다'는 판단으로 외부에 내보이는 지표는 아이러니하게도 또 시청률이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과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연이은 성공은 그런 의미에서 분명 의미가 남달랐다. 단순 이슈만 만들어내는데 그치지 않고 시청률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과까지 일궈냈기 때문. 특히 '응사'의 경우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케이블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다만 '응칠'과 '응사'가 KBS 출신 예능 PD의 드라마 제작이라는 묘수로 읽혀지고, 지상파 출신 스타 드라마 PD들이 제작한 '몬스타'나 '빠스껫볼' 등은 부진한 시청률로 지상파와 동일 제작 방식 경쟁으로는 여전히 승부수를 띄울 수 없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우려는 2014년 10월 방영돼 12월 종영됐던 '미생'이 뒤집었다. 스타 연기자를 내세우지도, 그 흔한 러브라인이나 출생의 비밀 등의 요소는 배제됐지만, 기본적으로 지상파 드라마의 제작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미생'의 tvN에서의 성공은 '플랫폼의 한계'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는 데 크게 일조했다.
'미생' 20회 최종회의 시청률은 8.24%로 앞서 '응사'가 기록했던 10.43%에 가장 근접한 수치를 기록한 tvN 드라마로 남게 됐다. 또한 케이블 드라마의 특성상, 본방송보다는 인터넷 채널이나 다운로드 등으로 접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집계된 시청률보다 체감한 시청률이 훨씬 더 높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응칠'로 시작해 '응사', 그리고 '미생'으로 이어진 tvN 드라마의 성공은 단순히 tvN 뿐만 아니라 케이블 전체 드라마의 환경과 위상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tvN 관계자는 "'응칠'과 '응사'에 이어 '미생'을 거치면서 케이블 드라마의 영역과 영향력이 확실히 확장됐다. 2015년에도 이런 작품들이 꾸준히 나와줘야 견고하게 버티고 있던 (지상파의) 울타리가 조금은 헐거워질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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