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상의원'(이원석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조선최초 궁중의상극. 배우 한석규, 고수, 유연석, 박신혜가 주연을 맡았다. 연기파와 대세의 조합. 환상적인 캐스팅이라 할 만하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이런 캐스팅이 가능하구나'란 말을 하기도 했다.
한석규와 고수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노력형 천재 살리에르와 진짜 천재 아마데우스 같은 애증의 라이벌 관계로 극을 이끈다. 힘들게 자신의 위치를 만든 후 그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돌석 역 한석규가 단단히 기반을 마련하고, 그 위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천재 역 공진의 고수가 뛰어논다. 유연석과 박신혜는 20대 대표 배우들로 젊은 에너지를 주입한다.

연출을 맡은 이원석 감독에 따르면 의외로 캐스팅이 쉽게 됐다. 이 감독은 한석규의 캐스팅에 대해 "한석규 선배의 CF 목소리의 듣고 컸는데, 그 분과 함께 한다고 하니 꿈 같았다"라고 털어놨다.
고수는 '초능력자', '고지전'에서 본 눈빛이 너무 좋아 캐스팅하게 됐다고. 이 감독은 "고수의 눈빛이 너무 좋았다. 드라마 '황금의 제국'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만났는데 그 당시에 그 캐릭터에 푹 빠져 있더라. 진지하고 분노가 가득했다"라며 웃어보였다. 이어 "나중에 보니 8차원 매력덩어리더라"라며 그의 반전 매력에 대해 덧붙이기도.
박신혜에 대해서는 충무로 대표 여배우가 될 20대 여배우라 호평했다. 이 감독은 "박신혜는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해 온다. 감독이 현장에서 이랬다 저랬다 바꿔도 적극적으로 임해준다. 멀티캐스팅이라서 스토리라인이 비는 데가 있는데 그걸 자기가 다 채워오더라. 여자로서 중전의 감정선은 이럴 거 같다,며 다 챙겨온거다. 많은 감독들이 박신혜를 칭찬하는 이유가 있었다. 예전 20대에 맹활약한 전도연 씨 같은 분들이 지금 어른이 됐지 않나. 그 바통을 이을 사람으로 항상 박신혜 씨가 거론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유연석은 스테레오 타입의 왕을 자기만의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정말 노력했다고. 이 감독은 "연구도 정말 많이 했다. 현장에서 '해해해' 거리다가도 슛 들어가면 마치 하이애나처럼 변한다. 한석규 선배에게 밀리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더라. 참 그런 태도가 좋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얘기하고, 자신감 있고, 또 적극적으로 듣는 태도 그게 믿음인 것 같다. 서로서로 믿는 사람들 여럿이 함께 작업하면 그게 좋은 것 같다. 사극을 처음 하면서 각 분야 최고 사람들과 많이 대화할 수 있어 좋았고 그 만큼 많이 배웠다"라고 전했다.
또 하나. 극 중 감초 조연 판수 역을 맡은 마동석의 열연도 빼 놓을 수 없다. 이 감독은 마동석에 대해 "미국에서 헬스 트레이너할 때 만났다. 그 때 배우가 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잘 될지 몰랐다. 하하. 굉장한 노력파다. 그리고 심성이 착하다. 자기 식구 잘 챙기고. 앞으로 엄청난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평했다.
'상의원'은 화려한 볼거리와는 또 다르게 '회한'을 지닌 영화다. 옷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이 영화는 보는 이에 따라 감상 평이 각양각색인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그 만큼 다양한 색깔이지만 무색의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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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