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상수(24)에게 2014년은 종합 선물세트와 같았다. 데뷔 첫 타이틀 획득과 4년 연속 통합 우승 그리고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등 잊지 못할 한해였다.
김상수는 모교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리며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다. 그는 "캠프 가기 전까지 가볍게 몸만드는 수준"이라고 씩 웃었다. 원민구 경복중 야구부 감독은 "상수는 아주 모범적인 선수다. 어릴 적부터 야구를 잘할 뿐만 아니라 예의도 바르고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프로 데뷔 후에도 해마다 이곳에 와서 후배들과 함께 운동한다. 선배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0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의 경복중학교 야구장에서 만난 김상수는 "이곳에서 운동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김상수의 올 시즌 연봉은 2억8000만원. 사이판, 괌 등 해외에서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모교 후배들과 함께 뛰면서 초심을 되찾는다.

김상수는 올 시즌을 되돌아 보며 "정말 잊지 못할 한해였다. 지난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수간에 함께 하지 못한 게 정말 씁쓸했는데 이번에 그 한을 확 떨쳐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김상수가 평가하는 올 시즌은 몇 점 일까. 그는 "100점 만점에 80점"이라고 대답했다. 데뷔 첫 3할 타율을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짙었다.
"이번 만큼은 꼭 3할 타율을 달성하고 싶었는데 참 어렵다. 겨우내 잘 준비해 내년에 한 번 도전하겠다"는 게 김상수의 말이다. 김한수 타격 코치와 상의해 몸쪽 대처 능력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 3할 타율 달성을 위한 필수 과제다.

김상수는 올 시즌 53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데뷔 첫 타이틀 획득이 주는 의미는 크다. 김상수는 "사실 도루왕에 오르리라 생각도 못했다. 한 두 번 성공하면서 도루 갯수가 늘어나고 성공률이 높아지며 도루왕에 오르게 됐다"면서 "타이틀 획득의 기쁨과 함께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 번 했으니 다음에도 또 해보고 싶은 욕심이 절로 생겼다"고 말했다.
그리고 63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다. 김한수 코치는 "8번 이지영과 9번 김상수 등 하위 타순의 활약이 큰 힘이 됐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에 김상수는 "올 시즌 타점을 많이 기록했는데 내가 잘한 것보다 동료 타자들이 누상에 많이 나가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고 자신을 낮췄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MVP 야마이코 나바로와 총액 85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김상수는 "내년에도 나바로와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웃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캠프 때부터 나바로와 호흡이 잘 맞았다. 나바로의 송구 능력이 뛰어나 병살 플레이를 합작할 때도 여유가 생긴다. 1년간 함께 하면서 배운 부분이 많은데 내년이 더 기대된다".
김상수의 아버지는 농협 야구단의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영범 씨. 야구 부자답게 대화의 화두는 야구 아닐까. 김상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야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 하신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겸손하라고 말씀하신다"고 대답했다.
내년부터 144경기로 늘어나는 만큼 체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김상수 또한 "올 시즌 전 경기를 뛰면서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내년부터 경기수가 더 늘어나는데 그만큼 체력 관리와 부상 방지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수에게 내년 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는 주저없이 말했다. "난 아직 배워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시즌을 치르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내년에도 부상없이 전 경기에 뛰면서 통합 5연패에 기여하는 게 유일한 목표다". 팀내 주전 가운데 가장 어리지만 팀을 향한 애정은 누구보다 강한 김상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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