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결산] AG 동반금메달 감동부터 김민구 충격까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2.31 12: 08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울었고, 김민구(23, KCC)의 음주운전에 놀랐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 갑오년도 딱 하루만 남겨놓고 있다. 유난히 좋은 소식도 넘쳤고, 사건사고도 많았던 농구계였다. 2014년 한국농구 10대 뉴스를 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자. 2015년 농구계에 훈훈하고 좋은 소식만 가득했으면 한다.
1. 사상 첫 아시안게임 남녀 동반우승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과 위성우 감독이 이끈 여자대표팀은 사상 첫 동반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여자대표팀의 경우 라이벌 일본과 중국이 일정이 겹친 세계선수권에 1진을 내보내 우승이 유력했다. 예상대로 여자대표팀은 10월 2일 치러진 결승에서 중국을 70-64로 물리치고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대표팀은 금메달로 가는 길이 더욱 험난했다. 8강에서 필리핀을 만난 유재학호는 한 때 16점까지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문태종이 38득점 원맨쇼를 펼쳐 97-95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10월 3일 결승전에서 최강 이란을 만난 한국은 막판 양동근의 3점슛과 김종규의 바스켓카운트에 힘입어 79-77로 이겼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12년 만에 안방에서 거둔 쾌거였다. 덕분에 김선형, 김종규는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현역 군인 신분이었던 오세근은 일병으로 전역하는 기쁨을 맛봤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프로리그의 흥행으로 이어지리라 기대가 컸다. 하지만 KBL은 중계권 협상도 제대로 따내지 못하는 등 무능한 행정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2. 김민구 음주운전 사건
안타까운 소식도 많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김민구의 음주운전이다. 김민구는 지난 6월 7일 새벽 국가대표 농구팀 외박기간 중 음주 후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다행히 본인을 제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 당시 김민구의 혈중알콜농도는 0.060%로 면허정지에 해당됐다. 사고여파로 김민구는 고관절, 발목 등에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현재 김민구는 슛을 던지고 있지만 여전히 보행에 지장이 있는 상태다. 복귀시기도 미정이다.
한국농구의 미래였던 김민구의 부상은 안타깝다. 하지만 그는 법을 어겼다. 음주운전에 대한 죗값은 달게 받아야 한다. 국가대표 기간에 사고를 낸 김민구는 복귀를 하더라도 대한농구협회 차원에서 징계를 피할 수 없는 상황. 그가 아직까지 어떤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은 것이 팬들에게 더욱 실망감을 주고 있다.
3. 남자대표팀, 16년 만의 농구월드컵 진출
남자대표팀은 무려 16년 만에 세계대회를 경험했다. 지난 8월 출전한 스페인 농구월드컵에서 한국은 5전 전패로 탈락했다. 1승 제물로 여겼던 앙골라와의 첫 판부터 69-80으로 졌다. 대회 참가 전 제대로 된 A매치 한 번 치러보지 못한 탓이었다. 한국은 경기막판 뒤늦게 감각이 올라왔지만 너무 늦었다. 이후 한국은 호주(55-89), 슬로베니아(72-89), 리투아니아(49-79), 멕시코(71-87) 등 세계적 강호와 대결에서 줄줄이 완패를 당했다.
비록 전패를 했지만 농구월드컵은 세계에서 한국농구의 위치를 확인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국내최고 선수들은 한 번에 ‘멘붕’에 빠졌다. 좌절한 나머지 ‘농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좌절을 극복한 유재학호는 인천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의 값진 수확을 거뒀다. 농구월드컵이란 강한 예방주사가 도움이 된 것이었다.
농구계는 농구월드컵의 교훈을 벌써 잊은 모양이다. 지속적인 A매치 개최, 선수들의 체격과 개인기 향상, 세계농구와의 행정적 교류 등 많은 숙제를 안긴 월드컵이었다. 대한농구협회는 다음 월드컵에 어떻게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4. ‘농구천재’ 정상헌과 방성윤의 추락
‘농구천재’로 불렸던 은퇴선수들의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정상헌(32)은 지난해 6월 처가에서 처형과 말다툼을 벌이다 그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7월 21일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정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폭행사건에 휘말린 방성윤(32)은 사기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방성윤은 공증까지 된 상황에서 건물 보증금을 속여 빼앗는 등의 사기 행위로 고소당한 상태다. 공교롭게 두 선수는 1999년 청소년 아시아선수권 결승전에서 한국이 중국을 꺾고 우승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 유망주였다. 두 선수의 몰락으로 프로농구가 은퇴선수의 복지와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5. 정재근 감독 ‘심판폭행’, 유재학 감독 “테이프 붙여”
훈훈한 뉴스보다 안 좋은 소식이 더 많았다. 정재근 전 연세대 농구부 감독은 지난 7월 10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KCC와 함께 하는 2014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고려대와 결승전에서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에게 폭언을 하고 심판을 머리로 들이받는 초유의 사태를 범했다.
대한농구협회(회장 방열)는 사건발생 후 5일 뒤 상벌위원회를 소집하고 정 감독의 징계수위를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감독에게 5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정 감독은 앞으로 5년 간 대한농구협회 산하 모든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프로농구에서도 유재학 감독이 작전시간 중 함지훈에게 “테이프 붙여 XX야”라고 욕설을 하면서 논란이 됐다. 두 사건은 농구계에서 선수들의 인권문제가 불거지게 된 계기가 됐다.
6. ‘프로농구 최강’ 모비스와 우리은행 2연패
프로농구에서 모비스와 우리은행의 독주가 계속됐다. 울산 모비스는 지난 4월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창원 LG를 4승 2패로 제압하고 2연패를 달성했다. 문태종과 데이본 제퍼슨, 대형신인 김종규가 합류한 LG는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으로 챔프전 우승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6차전 25점을 퍼부은 챔프전 MVP 문태영의 활약에 가렸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WKBL 챔피언결정전에서 신한은행을 3승 1패로 꺾고 2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임영희는 챔프전 MVP로 선정됐다. 공교롭게 유재학 감독과 위성우 감독은 우승을 계기로 남녀대표팀 감독직을 맡았다. 인천 아시안게임서 동반 금메달의 쾌거를 달성한 두 감독은 올 시즌도 나란히 3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7.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의 쾌거
한국은 7월 14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세계 8강 진입에 성공하며 6위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단순히 기록이나 성적을 뛰어 넘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은 멕시코와의 첫 경기서 72-61로 승리하며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영국에게 47-77로 참패를 당했지만 굴하지 않고 아르헨티나를 55-46으로 잡았다. 2승 1패의 한국은 준결리그에 진출했다.
감동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60-58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살엄음 리드를 지키던 한국은 종료 1분 전 조승현의 골밑슛이 터지면서 승리를 장식했다. 강호 스페인에게 49-57로 패한 한국은 이란과의 준결리그 마지막 경기서 기적의 역전승을 거뒀다. 8강전서 한국은 우승팀 호주와 접전을 펼쳐 50-61로 졌다.
여세를 몰아 한국대표팀은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61-50으로 완파하고 15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는 쾌거를 거뒀다.
8. 주희정 프로농구 사상 첫 정규시즌 900경기 출전
1997년 데뷔한 노장 주희정(37, SK)은 지난 12월 22일 LG와의 창원 원정경기서 프로통산 정규시즌 900번째 경기에 출전했다. 1쿼터 후반 김선형과 교대한 주희정은 코트를 밟으며 대기록을 달성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기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장에는 KBL 관계자가 오지 않았다. 주최 측 LG도 주희정의 기록달성을 계시하고 기념해주는 것을 고려했지만, 끝내 실천을 하지 않았다. 결국 현장에 있는 팬들은 주희정의 기록달성 소식을 나중에 스포츠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 웃지 못 할 촌극이었다.
KBL은 25일 삼성 대 SK 경기서 김영기 총재가 나서 뒤늦은 지각 시상을 했다. 반면 같은 날 삼성은 이상민 감독이 직접 나서 2001년 삼성에 첫 통합우승을 안긴 '레전드' 주희정을 예우해 KBL과 대조를 이뤘다.
KBL은 여전히 경기수에 대한 시상을 500경기 단위로 하고 있다. 주희정이 받은 상도 예정에 없던 ‘특별상’이었다. 현재까지 정규시즌 6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주희정(901), 추승균(738), 서장훈(688), 신기성(613), 문경은(610), 임재현(605) 단 6명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600경기나 700경기 출전에 대한 훈장을 받지 못했다. 주희정은 “KBL에서 (시상)하는 것 자체가 미흡했던 것 같다. 앞으로 후배들이 좀 더 나은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을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9. 애런 헤인즈, 김민구 가격에 귀화불발 해프닝까지
애런 헤인즈에게 참 많은 일이 있었던 2014년이다. 헤인즈는 지난해 12월 경기 중 김민구를 고의로 팔꿈치로 가격해 부상을 입혔다. 이 사건으로 김민구는 옆구리와 발목을 다쳐 2주간 코트를 비웠다. 결국 헤인즈는 2경기 출전금지와 벌금 300만 원 징계를 받으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두 선수는 1월 코트에서 재회해 앙금을 풀었다. ‘떠오르는 국가대표 스타’ 김민구를 때린 헤인즈는 ‘살인즈’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썼다.
헤인즈의 부정적 이미지가 단번에 씻긴 사건이 또 터졌다. 국가대표운영위원회는 농구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전력강화를 위해 귀화선수 영입을 시도했다. 이상범 코치가 미국에 날아가 여러 선수와 접촉했지만 선뜻 한국귀화를 결심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소득없이 미루던 귀화선수 영입은 결국 KBL 터주대감 헤인즈 귀화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헤인즈도 국내서 연속 3년 거주해야 한다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선수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해 귀화가 불발됐다.
당시 논란의 대상이 된 헤인즈는 OSEN과 인터뷰에서 “정말 실망스럽다. 한국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농구협회에서 그런 규정도 모르고 있었다니 정말 실망스럽다. 날 부르려면 규정을 다 알고 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한편 헤인즈는 지난 29일 KCC를 상대로 317번째 경기에 출전해 조니 맥도웰과 함께 외국인선수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다.
10. 어느덧 감독이 된 영원한 '오빠들'
최근 90년대 복고가 유행이다. 90년대를 다룬 드라마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90년대 추억의 가수들은 30~40대의 마음을 흔들며 음원순위 역주행을 감행하고 있다. 농구판도 마찬가지였다. 90년대 ‘오빠’들이 유니폼대신 정장을 입고 감독님으로 돌아왔다.
비시즌 삼성은 신임 감독으로 이상민(42) 코치를 선임했다. 90년대 ‘산소 같은 남자’, ‘컴퓨터 가드’란 별명으로 한국농구를 대표했던 슈퍼스타의 부임이었다. 동부 역시 ‘사마귀 슈터’ 김영만(42) 코치를 감독으로 앉혔다. 기존 ‘농구대통령’ 허재(49) KCC 감독, ‘람보슈터’ 문경은(43) SK 감독과 함께 프로농구 1세대 스타들이 이제 감독님이 됐다. 스타출신은 아니지만 이동남(39) KGC 감독대행도 젊은 지도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밖에도 김성철(38) KGC 코치, 조상현(38) 오리온스 코치, 조동현(38) 모비스 코치, 김병철(41) 오리온스 코치, 전희철(41) SK 코치, 이규섭(37) 삼성 코치 등이 전부 농구대잔치 또는 프로 초창기를 거쳐 간 스타출신들이다. 프로농구 지도자에도 오빠들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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