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연말 시상식이다.
각 지상파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말 한마디의 소중함과 '과한 것은 부족하니만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요즘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김태희 작가는 단연 말로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라디오스타'로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방송연예대상'에서 작가상을 받은 김태희 작가는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 단연 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의복에 티피오(time, place, occasion)가 있는 것처럼 수상 소감에도 시간, 장소, 상황에 따른 예절이 필요한데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김태희 작가는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 다음으로 긴 수상 소감을 했는데, 시간을 넘어 내용 역시 불편할 수 있는 것들이라 채널을 돌렸다는 시청자들이 여러 있었을 정도였다.
타이트한 흰 드레스로 여배우 포스를 드러내며 무대에 오른 김태희 작가는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오그라들지만, 난 ‘라디오스타’를 하며 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녹화할 때마다, 또 구성을 짤때마다 행복했다"며 벅찬 소감을 말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후 그의 '말'은 산으로 갔다.

'라디오스타' MC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규현의 이상형이 바뀌었다는 다소 쓸데없는 내용, 더불어 소감이 끝나는가 싶었을 때 등장한 '무한도전' 작가로 있던 시절의 비화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특히 '무한도전'과 관련한 수상 소감 중 음주 운전 논란으로 하차한 노홍철을 거론하며 "노홍철이 고구마를 나르다가 넘어질 때 웃겼다"고 한 발언, 더불어 정형돈에게 "형돈 오빠 좋아한다. 7년 전에 싫다고 한 것 미안하다"고 한 저 등이 시상식에서 할 만한 적절한 수상 소감은 아니였다는 지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가 방송인으로서 새로운 장을 열지도 모를 일이지만, 미모에 걸맞는 수상소감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반대로 '말'로 가장 흥한 이는 개그맨 신동엽이다.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는 누구보다도 신동엽의 '말발'이 제대로 통했다는 분석이다. 연예대상보다 더 재미있었던 연기대상은 신동엽이 있기에 가능했다.
신동엽은 30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2014 MBC 연기대상에서 사회자로 나서 약 4시간동안 시상식을 이끌었다. 그는 이 긴 시간 동안 재치 가득한 어록들을 대략 생산하며 현장과 안방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여자 신인상을 받은 배우 고성희가 MC석 뒤로 퇴장하며 카메라에 잡혔을 때 "고성희씨 왜이러세요!"라고 말하는 순발력을 발휘, 실수를 유쾌하게 전환시켰고, 배우들의 수상 소감에서 자주 '하나님'이 언급되는 것과 달리 불교 신자 분들은 '부처님'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며 "불자가 계시면 부탁드린다"는 재치 멘트를 날려 이후 배우들의 소감에 영감을 불어넣어줬다. 배우 오연서에게 던진 "위에서 보니 영혼까지 끌어 모았다"는 '섹드립의 대가' 다운 멘트 등도 어록으로 남았다.

그런가하면 배우 최민수는 '침묵'으로 주목받은 케이스다. 말 대신 글로 전한 그의 기인다운 면모와 소신있는 행동이 회자되고 있다.
최민수는 30일 방송된 MBC 연기대상에서 '오만과 편견'으로 황금연기자상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는 수상을 거부했고, 대신 배우 백진희가 무대에 올라 이를 알렸다.
하루 뒤인 31일, 관계자에 의해 최민수가 전달한 수상 소감 뒷부분이 알려졌다. 그가 남긴 글귀에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 있는 양심과 희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나 할까요? 법과 상식이 무너지고 진실과 양심이 박제된 이 시대에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 ‘오만과 편견’을 끝까지 사랑해 주실거죠? 그죠?"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4월 일어난 세월호 사건을 언급했던 것. 말이 아닌 글로, 또 하나의 시상식 진풍경을 낳은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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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캡처(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