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시즌이 끝나면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석민(30)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 보며 이렇게 말했다. 110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5리(356타수 112안타) 27홈런 72타점 77득점을 거뒀지만 옆구리 부상 때문에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한 게 두고 두고 아쉽다. "후반기 들어 부상 때문에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던 게 제일 아쉽다. 중요한 시기에 빠지는 바람에 팀에도 폐를 끼쳤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최정(SK), 황재균(롯데), 김민성(넥센)을 제치고 데뷔 첫 3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박석민은 "나보다 가족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더 기뻐했다. 야구하면서 한 번쯤은 받고 싶었는데 그 목표를 이루게 돼 기쁜 건 사실이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석민과의 일문일답.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축하한다. 지난 시즌을 되돌아 본다면.
▲사상 첫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해 기쁘지만 항상 시즌이 끝나면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후반기 들어 부상 때문에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던 게 제일 아쉽다. 중요한 시기에 빠지는 바람에 팀에도 폐를 끼쳤다.
-부상 직후 치료에만 전념했었다면 더 빨리 회복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올 시즌에 큰 공부가 됐다. 조금 안좋을때 빠져서 2군에서 몸조리를 했었다면 그렇게 길게 가지 않았을텐데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고집을 부렸는데 오히려 시간이 길어졌다. 정말 큰 걸 배웠다.
-데뷔 첫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6대4 정도로 예상했다. 황재균(롯데)의 골든 글러브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오면서 긴장이 많이 됐다.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뒤 나보다 가족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더 기뻐했다. 야구하면서 한 번쯤은 받고 싶었는데 그 목표를 이루게 돼 기쁜 건 사실이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골든 글러브 수상 소감 때 과거 지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은사님들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2년 전 골든 글러브 수상을 기대하며 은사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할 이야기를 다 준비했었는데 아쉽게 그 기회를 미루게 됐다. 항상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아쉬움을 풀었다. 남동률 율하초등학교 감독님, 권영진 대구고 감독님, 박태호 영남대학교 감독님 뿐만 아니라 고마운 분들이 훨씬 더 많다.
-데뷔 첫 골든 글러브 수상이 야구 인생에 있어서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건 분명히 기쁜 일이지만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부상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몇년간 부상 때문에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한 적이 많았는데 부상없이 더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테고 성적이 좋으면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토록 좋아하던 야식과의 이별을 선언할 만큼 몸관리에 대해서도 더욱 신경을 많이 쓴다고 들었다.
▲조금씩 조절하고 있다. 저녁 식사 이후 간식을 먹지 않으니 속도 편하다. 아무래도 자기 전에 이것저것 먹으면 속도 더부룩하고 다음날 일어나면 뭔가 무거운 느낌이 든다. 그리고 수 년전부터 동계 훈련을 도와주는 분이 계신데 이번에도 유연성 강화 위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내년에 경기수도 늘어나는데 체력 관리와 부상 방지가 가장 중요하다.
-내년부터 주장 중책을 맡게 됐다.
▲학교 다닐때 주장 경험은 없었다. 사실 나와 주장은 거리가 멀었다. 나는 무서운 선배는 아니다보니 주장과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추어와 프로의 주장 역할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마는 무서운 사람이 주장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프로에서는 각자 알아서 잘 하기 때문에 주장의 역할이 크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후배와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중간 역할을 잘 하는 게 주장의 역할 아닐까. (진)갑용 선배님(2011~2012년)과 (최)형우형(2013~2014년)이 주장 역할을 맡으면서 우승하는 데 큰 힘이 됐는데 나 또한 그 분위기를 이어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화만사성이라는 한자성어처럼 집안이 편하니 운동장에 나오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아내(이은정 씨)와 두 아들(준현, 서준)의 존재는 엄청나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내가 입이 짧은 편인데 아내가 요리를 준비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이젠 요리 실력도 일취월장해 무엇이든 뚝딱이다. 이것저것 잘 챙겨준다.
-아내가 야구에 대해 한 마디씩 조언하는 경우는.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 편이다. 언젠가 아내가 '당신은 지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은 나는 당신이 자기 능력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더 노력하고 몸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이야기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나 때문에 마음고생도 심했는데 고맙다는 말 한 번 제대로 못했다. 돈 많이 벌어 아내와 두 아들을 호강시켜주는 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
-큰 아들이 초등학생이라고 들었다. 혹시 야구를 시킬 생각은 있는가.
▲이제 2학년이 되는데 아들이 원한다면 야구를 시킬 생각이다. 한번씩 방망이를 치고 공을 던지는 걸 보면 자질은 있는 것 같다.
-일부 선수들은 '얼마나 고생하는지 뻔히 아는데 굳이 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들이 원한다면 무조건 시킬 것이다. 고생하는 건 야구든 공부든 마찬가지다. 어떠한 분야든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승엽 선수와 함께 '청나래'라는 봉사 모임을 통해 홈런, 타점 기록에 따라 조금씩 기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명진BS치과 박관식 원장님을 통해 청나래에 가입하게 됐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동기 부여가 된다. 내가 어느 만큼 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책임감이 생긴다. 올 시즌 30홈런을 채우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
-팀내 외국인 선수 도우미로 유명하다.
▲외국인 선수 도우미까지는 아니고 그저 한 마디 더 건넬 뿐이다. 외국인 선수는 외롭다. 대화 상대도 거의 없고 생활도 낯설다. 적어도 야구장에서 만큼은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가끔씩 나바로를 혼쭐내는 모습도 봤다.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때면 화를 내기도 한다. 나바로가 우리 말을 모르지만 분위기를 보고 알아챈다. 지금보다 조금 바뀌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감독님 또는 코치님께서 어떻게 하라고 지적하실 순 없는 노릇이다. 동료로서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지 한 마디 할 수 있다고 본다.
-박석민하면 부상이 잦고 개그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부정할 순 없다. 시즌 후반 들어 부상 때문에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뒤집어 보면 부상이 잦다는 건 아쉬움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부상만 아니라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 같은.
-그렇다면 개그 이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개그 이미지가 정말 싫다. 구단 홍보팀을 통해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야구 이야기보다 개그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 물론 팬들께서 즐거워 하시는 부분도 있겠지만 너무 개그 이미지만 부각되는 것 같다. 2년 전 대구의 한 식당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팬이 '박석민 선수, 한 번 웃겨 보세요' 하던데 정말 불쾌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사진만 올리다 보니 카메라 셔터 소리에 되게 민감하게 반응한 적도 많았다. 이미지라는 게 하루 아침에 바뀌는 건 어렵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가벼워보이는 게 정말 싫다.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한다.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 아닐까.
▲동료 선수들이 FA를 앞두고 이것저것 신경쓰인다고 할때면 '야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하면 되지 않나'고 그랬었는데 그 입장이 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정말 후회없이 하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신경써야 할 게 많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시즌이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늘 그렇지만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 2년 전에 100타점에 너무 연연하다보니 약이 아니라 독이 됐다. 흔히 말하는 3할 타율 30홈런 100타점 등 수치상 성적보다 부상없이 뛰는 게 목표다. 그렇게 된다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남들은 마음 편하게 야구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시즌을 치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안 아프고 나가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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