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에는 웃으며 마무리하겠다".
NC 토종 에이스 이재학(25)에게 2014년은 잊을 수 없는 해였다. 2년 연속 10승 투수가 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생애 첫 가을 야구에서는 쓴잔을 들이켰다. 야구를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성장통이었다.
지난해 이재학은 29경기 156이닝 10승9패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했다. 국내 투수로는 평균자책점 4위와 이닝 5위로 활약했다. 그런데도 뭔가 모자라게 느껴진 건 이재학을 향한 기대치가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풀타임 선발 3년차가 될 2015년, 이재학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외국인 선발 1명이 빠져나가 이재학의 몫이 커졌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비활동기간인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 평일에는 마산구장에서 운동하고, 주말에는 대구에서 가족들과 지낸다. 몸이 약한 것 같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중을 불리고 있다.
- 2014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 어떤가.
▲ 아시안게임에 부담을 안 가지려고 했는데 몸은 그게 아니었다. 너무 부담을 갖고 경기했다. 돌이켜보면 많이 배운 것 같아. 생각대로 안 돼 스트레스에 깊게 빠진 것이 더 안 좋게 작용했다. 훌훌 털어버리고 했어야 하는데 너무 빠져있던 게 악영향을 미쳤다.
- 많이 배웠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을 배웠나.
▲ 생각이 많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때로는 '괜찮아' 하며 넘길 줄 알아야 하는데 혼자 고민한 시간이 많았다. 또 기술적으로는 주무기 체인지업에 너무 의존하는 피칭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내년에는 원래 던지던 공에 슬라이더나 투심을 조금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도록 만들려 한다. 구종을 추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구 제구를 잡는 게 먼저다.
- 2년 연속 10승을 거둔 것에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 안 좋은 상태에서도 10승을 던질 수 있었던 것에 자부심보다는 그래도 안 좋은 이런 상황에서도 해냈구나 생각한다. 기록을 보면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다. 혼자 너무 아시안게임이라는 것 때문에 너무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았다는 것을 느낀다.
- 데뷔 5년 만에 리그 대표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 처음 프로에 올 때 이렇게 빨리 자리를 잡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두산에 지명돼 갔을 때에는 어떤 보직이든 그것에 맞춰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NC에 오고, 백지상태로 시작하며 제대로 해서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꾸준히 자리를 지켜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 이재학을 롤 모델로 삼는 고교 선수들도 있더라.
▲ 나도 공 던지는 건 사이드로 던지는 분들이 롤 모델이었지만 프로에 와서 김선우 선배님을 보고 느낀 게 많았다. 두산에서 룸메이트를 하며 같이 지내며 저 선배처럼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보면서 야구도 잘하시지만 평소 행동하시는 것에서 존경할 수 있는 분이었다. 나도 김선우 선배님처럼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외국인 투수 1명이 빠져나간 공백에 부담은 없나.
▲ 그것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전혀 없다. 외국인 투수 웨버가 빠졌지만 국내 투수 누군가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될 것이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 아직 난 누구 한 명이 빠져 부담을 느낄 정도의 선수는 아니다. 조금 더 올라가고 높아지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배울 게 많은 선수다.
- 그래도 NC의 토종 에이스 아닌가.
▲ 에이스라는 말은 흘려듣는다. 항상 아직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에이스 투수라면 경기에 나갔을 때 '오늘은 이겼네'라는 느낌이 오게 해야 한다. 동료·감독·팬들이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냥 잘 던지는 것 이상이다. '이재학이 나오면 이기겠다' 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 그런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 최일언 투수코치가 주문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 코치님께서는 항상 하체가 강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하체가 약하니까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직구 제구력이라든가 여러 가지 안 좋은 부분도 결국 하체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코치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방심하지 않고 더 노력할 수 있다.
- 2015년은 어떤 해로 만들고 싶은가.
▲ 목표가 꾸준한 선수다. 선발로서 꾸준히 10승 이상 꾸준히 하며 이닝수도 계속 지키고 싶다. 작년에 재작년보다 안 좋았기 때문에 올해는 더 잘하고 싶은 게 선수 마음이다. 부상 없이 내 몫을 하고 싶다. 연봉도 많이 많았기에 열심히 해야 한다.
- 올해 NC 팀 성적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 1군 2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올라갔기 때문에 주변에서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또 다시 포스트시즌부터 나가는 게 우선 목표다. 개인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기회가 오기만을 바란다. 올해 가을에는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부진이 좋은 동기부여가 된 듯하다.
▲ 자극제가 많이 되는 것 같다. 처음 선 가을야구에서 감독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셨는데 제 발로 차버렸다. 진짜 아쉬웠고, 너무 속상했다. 감독·코치님들께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내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나태해지지 않고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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