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의 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새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희망을 품어보는 시기다. 농담 삼아 새해 선물로 '환불, 반품 불가'인 나이를 한 살씩 더 먹고 보다 성숙해지기 위해 한해 계획을 새로 세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2004년 출범한 한국배구연맹(KOVO)도 한 살을 더 먹어 올해로 열 한살을 맞았다. 지난해 출범 1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과거와 미래를 짚었던 KOVO의 노력과 함께 배구는 올시즌 더 치열해진 선두 다툼과 전력 평준화를 바탕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지난 3라운드 케이블방송 평균 시청률이 1%대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한해의 마지막, 출범 10주년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기에 KOVO는 스스로 그 위신을 깎아먹었다. 열기가 후끈하게 달아오른 V리그에 찬물을 끼얹고, 자칫하면 배구에 쏠린 팬들의 관심과 사랑까지 잃을 수 있는 커다란 실수 때문이었다. 바로 지난해 마지막날인 12월 31일 결정된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1대2 임대 트레이드 무산건이다.

지난해 12월 29일 한국전력은 서재덕을 현대캐피탈에 내주고 권영민과 박주형을 받는 임대 트레이드에 합의했고, KOVO는 하루 지난 30일 오전 이를 공시했다. 그러나 타 구단의 반발이 거세지자 연맹은 2015년 1월 2일에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하더니 급기야 2014년의 마지막 날에 변호사의 유권해석을 거쳐 트레이드 철회를 결정했다.
KOVO의 선수등록규정과 상위 규약간에 상충되는 조항이 있었던 것이 일차적인 문제였다.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서재덕과 권영민-박주형 트레이드에 타 구단의 반발이 빗발친 이유는 KOVO 선수등록규정 제12조 2항에 명시되어 있는 '국내 구단 간 선수임대차 및 원소속 구단으로의 복귀는 정규리그(포스트시즌 포함) 기간 중에는 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등록규정보다 상위에 있는 KOVO 규약의 제5절 94조에는 '구단 간 계약에 의해 선수의 양도, 양수 계약이 성립된 경우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KOVO는 이 문구를 들어 임대 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해석, 양 구단의 임대 트레이드를 승인한 후 공시했다. 그러나 타 구단의 반발이 쏟아지고 문제가 제기되자 변호사의 유권해석을 통해 "규정해둔 부분이기 때문에, 이적을 광의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답변을 받고 하루 만에 공시를 철회했다.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은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임대 트레이드를 추진하기 전에 KOVO에 관련 사항에 대한 문의를 보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진행한 일인 만큼, 두 구단으로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일이다. 상충되는 복수의 규정이 존재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KOVO가 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임대 트레이드가 성사될 경우 야기될 문제에 대해 예측하지 못한 것은 비난받아야할 부분이다.
트레이드 공시와 철회 과정이 시쳇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성급하게 처리된 점도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현대캐피탈이 트레이드 사실을 보도자료로 발표한 후 다음날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공시한 KOVO는 타 구단의 반발이 거세지자 급하게 트레이드 공시를 삭제했고, 1월 2일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겠다던 사안을 이틀 앞당겨 31일 철회로 결정내렸다. 누가 봐도 급한 불끄기가 아닐 수 없다.
헛점투성이 미숙한 행정에 가장 상처받은 이는 선수들이고, 또 배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다. 승리한 경기에서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코트를 떠났던 서재덕이나, 복잡한 침묵 속에 짐을 쌌던 권영민, 박주형이 겪은 2박 3일 동안의 상처를 누가 보상해줄 수 있으며 어설픈 일처리로 선수들이 상처받는 것을 지켜봐야했던 팬들의 싸늘하게 식은 마음은 누가 달래줄 수 있을 것인가.
KOVO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관련 제도의 보완과 행정적 오류에 대한 재발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아울러 해당구단 및 선수, 배구팬들에게 큰 상처와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정중한 사과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상처로 2014년을 마무리한 KOVO가 '한 살 더 먹은' 2015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상처받은 수많은 눈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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