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3년차’ 류현진, 대박 향한 징검다리 놓는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1.01 06: 05

1년차는 메이저리그(MLB)라는 큰 무대에 발을 내딛는 시기였다. 2년차에는 1년차에 쌓았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시기였다. 더 이상 류현진(27, LA 다저스)의 기량과 입지를 의심하는 자는 없다. 그렇다면 3년차는 대박을 향한 징검다리를 놓는 시기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첫 MLB 직행 선수로 기록된 류현진은 진출 후 2년 동안 도합 28승을 올리며 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사실 온갖 회의적인 시선을 깔끔하게 지워낸 값진 성과였다. 첫 해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곱지 않은 시선과 싸웠다. 지난해에는 “1년차 성적이 운일까?”라는 또 하나의 시기와 싸웠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 모든 것을 이겨냈다.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라는 ‘사이영상’ 출신 투수들과 트리오를 이루며 이제 MLB가 주목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지난해는 류현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본 해이기도 했다. 류현진의 공에 적응한 타자들을 다른 패턴으로 공략하며 첫 해와 같은 14승을 거뒀다. 비록 잔부상 탓에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것(152이닝 소화)은 아쉬웠지만 한층 안정된 운영을 자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구는 좀 더 정교해졌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뒷받침할 슬라이더와 커브를 갈고 닦으며 타자들을 당황시켰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하며 ‘큰 무대’에 강한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만족을 모른다. ‘우승후보’ 다저스의 주축 투수가 됐음에도 아직 배가 고프다. 류현진은 지난해 귀국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점수를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70점’이라고 답했다. 100점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바로 200이닝이다. 승수보다는 평균자책점, 그리고 선발투수로서의 이닝소화를 강조하는 류현진의 철학과 맞닿아있다.
200이닝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말 그대로 리그 정상급 투수로 확고히 인정을 받겠다는 출사표와 다름 아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MLB 전체에서 200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34명뿐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한 팀에 한 명 정도다. 에이스의 기준이며 팀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지 못한다면 얻을 수 없는 훈장이다. 지난해 부상 전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류현진으로서는 또 하나의 의심을 지워버릴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개인적 ‘대박’과도 떼놓을 수 없는 수치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계약 당시 첫 5년 동안 75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옵트아웃(잔여연봉을 포기하고 FA자격을 획득)을 선언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그리고 첫 2년 동안 344이닝을 던졌다. 3년차에서 건강하게 200이닝을 던진다면 큰 부상이 없는 이상 이 조항의 행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1년 먼저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2017년 시즌을 마치면 류현진은 만 30세가 된다. MLB에서도 만 30세에 FA 자격을 얻는 선수는 그리 흔하지 않다.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둘 수 있는 꾸준한 만 30세의 선발투수가 시장에서 평가받을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류현진이 자신이 첫머리에 꼽은 목표를 올해 잘 이뤄낼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대박을 향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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