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출범 이후 33년 만에 10구단 체제를 연다. 말 그대로 역사적 출발점에 섰다고 할 수 있다. 팀이 많아졌고, 경기도 많아졌고, 그만큼 볼거리와 화제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발맞춰 달라지는 것도 꽤 많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2월 2015년도 경기일정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새해맞이에 들어갔다. 올해는 10구단으로 출범한 kt가 1군 무대에 뛰어드는 원년으로 출범 이래 첫 10개 구단 체제로 시즌이 치러진다. 장기적으로는 양대리그 출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올 시즌 운영은 여러모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달라진 것이 확정된 부분도 있고, 올해를 토대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질 점도 있다.
▲ 10구단 144경기 체제, 와일드카드제 도입

지난 2년간 프로야구는 9개 구단 체제로 운영됐다. 한 팀은 무조건 쉴 수밖에 없었다. 4일 휴식이라는 기형적인 일정이 짜인 것도 이 때문이다. 각 팀들의 운영 전략이 크게 바뀐 시기였고 “야구는 매일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팬들의 아쉬움을 산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일이 없다. kt가 1군에 합류함에 따라 1주일에 6일씩 5경기가 펼쳐진다. 이에 따라 팀당 경기수도 144경기로 늘었다. 이는 12개 구단 체제인 일본프로야구의 한 시즌 경기수와 같다.
지난해 128경기에서 단순히 16경기가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큰 변화다. 지난해로 따지면 정규시즌을 모두 치른 뒤 포스트시즌을 모두 소화해야 올해 경기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 선수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운드 자원들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편으로는 지난 2년간 4일 휴식에 길들여져 있던 선수들도 다시 적응이 필요하다.
여기에 포스트시즌 일정도 늘어난다. 10개 구단 체제를 맞아 포스트시즌 진출팀도 5개로 늘렸다. 이른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다. 단 4위 팀에게 1승을 먼저 주고 홈 어드밴티지도 준다. 5위 팀은 원정에서 2경기를 내리 이겨야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다. 기존 제도에서 상대적으로 이점이 별로 없었던 3위 팀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에 3월 28일 시작하는 프로야구는 11월을 훌쩍 넘어 한국시리즈가 끝날 공산이 커졌다.

▲ 스피드업 박차, 경기장 시설 개선
경기 일정은 늘어났지만 경기 시간은 줄인다는 것이 KBO의 확고한 의지다. 올해 평균 경기시간이 역대 최장인 3시간27분까지 치솟음에 따라 기존 ‘스피드업’ 규정을 다시 손봐 시범경기부터 적용한다. 투수교체시간은 2분45초에서 2분30초로 줄어들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나오는 등장음악(BGM)도 10초로 제한한다. 타자는 10초 안에 타석에 들어와 타격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심이 투구를 지시한 뒤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수 있다.
타자도 불필요한 타임을 요청할 수 없게끔 했고 볼넷이나 사구가 나왔을 때는 부상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뛰어서 1루에 가도록 했다.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할 때도 수석코치가 동행할 수 없다. 모두 경기 시간을 짧게 하기 위한 복안이다. 경기가 불필요하게 늘어지면 이를 지켜보는 팬드링 KBO는 10분 단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가 늘어지면
경기장 외부 시설도 좀 더 업그레이드돼 팬들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각 구단별로 경기장 단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올 시즌 전 완료해 팬들에게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전면 리모델링을 거쳐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수원의 kt위즈파크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엔트리-합의판정-FA 규정, 격론 예고
확실히 바뀌어 예고된 부분도 있지만 아직은 뜻을 모으지 못한 부분도 적잖다. 현장에서는 10개 구단 체제로 경기수가 늘어난 만큼 1군 엔트리도 소폭 상향 조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1군 엔트리는 26명 등록에 25명 출전이다. kt가 신생팀 혜택으로 1명씩을 더 등록하고 출전시킬 수 있다. 현장에서는 한정된 인원으로 시즌을 치를 경우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높아지고 그만큼 경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엔트리 확대는 구단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사안이다. 쉽게 해결을 짓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일부 구단에서는 지금도 엔트리가 충분하며 오히려 현장이 엔트리를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에서도 “논의의 대상은 될 수 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이는 지난해 문제가 된 프리에이전트(FA) 등급제 및 자격연수 재조정도 마찬가지다. 1월 중으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이나 타결은 불투명하다.
지난해 도입된 심판합의판정(비디오판독)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현장에서는 오심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KBO에서는 경기 시간 등 몇몇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15차례의 요청이 나왔고 이중 47번이 오심으로 판정돼 번복됐다. 40.9%의 확률은 높다고도 볼 수 있지만 비슷한 시기 첨단 장비를 총동원해 챌린지 시스템을 도입한 메이저리그의 47.3%보다는 낮은 수치다. 이 역시 시즌 중 계속해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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