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도, 시청자도 모두 민망한 시상식..최선입니까[Oh!쎈 입방아]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1.01 09: 06

한 해 동안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던 방송과 연기자들을 총결산하는 자리인 연말 시상식이 1월 1일 새해 시작과 함께 끝났다. 3시간을 훌쩍 넘기는 지루한 시상식은 여전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 없었다. 수상자만 참석하는 경향으로 카메라에 비친 연예인의 얼굴만 봐도 상의 향방을 알 수 있는 뻔한 시상식, 온갖 상의 남발로 지루함을 안기는 마라톤 시상식은 변하지 않았다.
사실상 대상 수상자를 가리지 않는 가요대전을 제외하고,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에서 언제나 그렇듯 연말 시상식의 병폐인 ‘상 나눠먹기’가 여전했다. 주요부문에서 공동 수상은 물론이고 언젠가부터 많은 배우들에게 상을 주기 위한 ‘부문별 나노 쪼개기’가 3사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연기대상은 드라마를 미니시리즈, 중편, 장편(MBC는 중장편 대신 특별기획과 연속극)으로 나눠 배우들에게 수많은 상을 쏟아냈다. 방송사가 손수 드라마 장르를 세 개로 분류하니 수상자는 세배로 늘어날 수밖에. 부문별 신인상, 우수상, 최우수상은 물론이고 중견 연기자들을 챙기기 위한 장치인 특별상 혹은 황금연기상이 시상식 중간을 자리했다.

무엇보다도 지난 달 31일 열린 KBS와 SBS 연기대상은 ‘베스트 커플상’마저 공동 수상이 발생해 수상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KBS는 ‘가족끼리 왜이래’ 김상경-김현주-박형식-남지현에게 ‘베스트 커플상’을 안겼고, SBS는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김수현, ‘피노키오’ 이종석-박신혜, ‘미녀의 탄생’ 주상욱-한예슬에게 영광을 선물하고자 했다. 주요 부문이 아닌 ‘베스트 커플상’에서 발생한 공동 수상은 SBS에서 사단이 발생했다.
바로 MC인 이휘재의 입에서 다수의 수상자가 거론되자 막상 상을 받는 배우들이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포착된 것. 이는 배우뿐 아니라 시청자 역시 시상식 내내 재치 있는 진행을 했던 이휘재이기에 혹시나 후보들의 이름을 쭉 나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 결국 ‘베스트’의 의미와 달리 ‘베스트 커플상’의 공동 수상은 수상의 순간도 귀를 의심하게 되는 웃지못할 장면을 만들고 말았다.
국내 시상식이 시작된 이래 영화, 방송을 가리지 않는 공동 수상은 이제 두말 하면 잔소리. 그동안 연기대상에 비해 공동 수상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연예대상은 대상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문에서 공동 수상이 빈번해 다른 이의 수상 소감을 듣느라 무대에서 서있는 또 다른 수상자도, 잔뜩 상과 꽃을 들고 있는 시상자도,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도 민망한 순간이 쏟아졌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방송 시상식이 끝난 시점마다 공동 수상 남발과 ‘잔칫집 떡 돌리듯’ 개근상이 쏟아지는 시상식의 떨어진 품격에 성토를 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만 연말 시상식은 변화가 없다. 방송 3사 통합 시상식 개최에 대한 시청자들의 염원은 크지만 3사의 제 식구 챙기기라는 명목을 꺾진 못하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연륜이 가득한 유동근의 눈물 머금은 수상 소감의 감동도, 데뷔 이래 늘 ‘핫한’ 톱스타 전지현의 대상 순간도, 기쁨의 순간 어려운 처지의 후배 코미디언들을 떠올린 유재석의 배려도 시상식의 권위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의 눈부신 성장을 보며 씁쓸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지상파 3사 제작진이 알지만 눈감고 있는 사실이 있다. 시청자들의 선택은 냉혹하다. 감동적인 대상 수상 소감을 보기 위해 눈살 찌푸려지는 시상식을 언제까지 견딜지는 미지수다.
jmpyo@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