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키맨 인터뷰] 우승 주장? 이진영, "최고자리 오르겠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1.01 13: 48

LG 트윈스 주장 이진영(35)이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돌아보며 2015년을 그렸다. 이진영은 2014시즌 초반 LG가 고전했고, 그만큼 주장으로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결국 기적을 이룬 것을 두고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2년 동안 좋은 시즌을 보낸 만큼, 이진영은 다가오는 2015시즌은 더 뜻 깊게 보낼 것을 다짐했다. 지난 12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이진영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LG의 2014시즌 초반은 악몽이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랐던 팀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불운에 의한 패배도 적지 않았다. 심판의 오심으로 경기를 내주는 한편, 연장만 가면 이상하게 꼬이며 고개를 숙였다. 4월 23일. 20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했고, 선수단은 집단 패닉에 빠졌다. 이진영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시즌 전에는 기대가 컸다. 2014시즌은 2013시즌보다 더 잘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시즌 시작부터 너무 꼬였다. 선수들 모두가 많이 힘들어했었다. 열심히 해도 결과가 안 좋으니까. 정말 노력했는데 안 되니까 답답했다. 심지어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전력을 보강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주장이니까 어깨가 더 무거웠다. 야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다. 송구홍 팀장님께 올해 포스트시즌에 못가면 주장자리를 내려놓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5월초. 많은 이들이 LG는 이미 끝났다고 봤다. 하지만 5월 13일 양상문 감독이 부임하면서 LG는 조금씩 안정세를 타기 시작했다. 6월 중순부터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만들면서 최하위에서 탈출, 굵직하게 전진하며 기적에 다가갔다. 결국 LG는 8월 22일 4위까지 올라갔고,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까지 순위경쟁을 벌인 끝에 2년 연속 가을야구 티켓을 따냈다.
“결국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봤다. 선수 한 두 명 보강되지 않았다고 이런 성적이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주장인 만큼, 선수들이 고개 숙이지 않게 하려고 했다. 힘들수록 후배들에게 쓴 소리하지 않으려 했다. 쓴 소리가 어린 선수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간혹 내가 허수아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꾹 참았다. 참고 견뎠던 게 나중에 상승세를 탄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후배들도 정말 잘 따라왔다. 후배들에게 ‘최대한 편하게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 대신 책임감은 가져라. 혹시 문제를 일으키면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누구도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시즌 끝까지 4위 싸움을 벌였는데 선수들 모두 잘 버텨줬다. 투수와 타자 모두 많이 힘들었다. 시즌 막바지에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었다. 투수들은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몸 사리지 않고 그라운드에 몸을 던졌기 때문에 기적을 이룬 것 같다.”
이진영은 영화 같았던 2014시즌을 돌아본 뒤 처음 LG 유니폼을 입었던 2009년을 떠올렸다. LG 이적 당시의 기억, 승리보다는 패배에 익숙했던 LG에서의 첫 4년을 회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2012년 겨울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는 LG를 떠나지 않은 이유도 밝혔다.
“솔직히 처음 LG에 왔을 때는 LG 구성원 자체가 약했다. 타자는 좀 있었지만, 투수와 외국인선수가 안 좋은 편이었다. LG에서 쉽지 않은 첫 4년을 보냈는데 이제 와서 보면 적응기가 아니었나 싶다. 동료들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야구를 좀 한다고 후배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하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렀고, 동료들의 성격도 파악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후배들과 친해지고 잘못된 것도 고쳐주고 장난도 치면서 선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고민도 많았다. LG가 아닌 다른 팀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성훈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다. 당시 성훈이와 ‘우리가 FA로 LG에 왔는데 정작 LG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우리만 생각하고 다른 팀에 가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한편으로는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팀을 한 번 옮기면서 아픔을 겪었다. 또 팀을 옮기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김기태 감독님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성훈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감독님을 떠날 수 없었다.”
이진영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고졸 신인이 3년 만에 주축선수로 올라섰고, 이후 거의 매 시즌 타율 3할 100안타 이상을 찍고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듯 2014시즌에는 134안타를 기록, 개인 통산 세 번째로 많은 안타를 쳤다. 통산 타율 3할5리 1759안타로 2년 안에 2000안타 달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진영은 기록만 바라보고 그라운드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 선수기 때문에 내 성적을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나는 딱히 기록에 목표를 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래하다 보니 2000안타라는 대기록에 가까워졌는데 기록을 세우기 위해 욕심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은퇴하는 그 날까지 팀을 위해 뛰겠다. 내 실력이 허락할 때까지 뛰어서 닿을 수 있는 기록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힘이 떨어지고 체력이 안 되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주겠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선배들과 경쟁에서 이겨서 자리를 차지했었다. 기록보다는 아름답게 은퇴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 은퇴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게 이를 수도 있지만, 후배들에게 축하받으면서 은퇴하고 싶다. 그래서 2000안타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팀이 먼저다. 야구를 하면서 팀에 피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자신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각한 적도 없었다. 학생시절 이따금씩 친구들이 무단이탈도 했는데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보는 것은 질색이다.”
2년 후 맞이하는 세 번째 FA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여기저기서 FA 로또가 터지고 있음에도,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단순히 돈을 쫓을 마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2년 뒤에 FA가 된다. 솔직히 얼마나 받겠나. FA로 욕심을 낼 시기는 이미 지났다. 적당한 몸값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얼마를 받았으니까 나는 얼마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은 없다. 내 마음이 중요하지 누구와 비교하면서 FA 계약을 맺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진영은 지난 2년보다 더 나은 2015시즌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최초로 진행되는 144경기 체제에 대한 부담도 크고, 걱정도 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도록 주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눈앞에 두고 고개를 숙였다. 아직은 우리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조금 더 선수들 실력이 향상되고 어린선수들도 성장해야 된다고 본다. 어린선수들이 발전하고 선배들과 대등해지면 우리 또한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다. 물론 우승이란 게 멤버가 좋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운도 따라줘야 하고 선수들의 의사소통, 코칭스태프와의 호흡,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등이 갖춰져야 한다. SK에서 우승했을 때 느꼈던 것은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였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144경기인 만큼, 변수가 많을 것 같다. 분명 위기도 올 것이다. 그래서 더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주장이라서 그런지 마냥 낙관적이기 보다는 최악의 상황도 대비하게 된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갔지만, 아직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뛰는 것 아닌가. 2015년은 정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우승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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