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드라마의 축제, 연기대상이 막을 내렸다. 영예의 대상은 누구나 예상했고, 받을 만한,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이들이 챙겨갔다. KBS 1TV 정통 사극의 부활을 알린 ‘정도전’과 시청률 40%를 넘긴 가족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의 유동근, 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악녀를 연기해 열풍을 일으킨 ‘왔다 장보리’ 이유리,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점령한 SBS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대상만큼이나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상은 공동 수상이 남발해 상의 권위가 바닥까지 떨어진 최우수상, 우수상, 신인상이 아니었다. 바로 방송 3사 PD연합회 소속 PD들이 투표를 통해 안기는 ‘방송 3사 드라마 PD가 뽑은 연기자상’. 2012년 신설된 이 상은 지상파 3사 PD들이 직접 뽑고, PD가 시상을 한다는 점에서 배우들에게도 대상만큼 값지고 영광스러운 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사가 아닌 타사 PD가 시상식에서 어색한 듯 시상하지만, PD들이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선정했다는 점에서 ‘진짜 연기상’으로 권위를 갖췄다. 2012년 첫 해에는 엄태웅(KBS, 적도의 남자), 이성민(MBC, 골든타임), 박근형-채시라(SBS, 추적자/다섯손가락)가 수상했다. 2013년에는 주원(KBS, 굿닥터), 하지원(MBC, 기황후), 이보영(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 상을 차지했다.

올해는 조재현(KBS, 정도전), 이유리(MBC, 왔다 장보리), 전지현(SBS, 별에서 온 그대)이 상을 받으며 영광을 누렸다. 이 중에서도 조재현의 PD상 수상은 다른 배우들보다 더 주목할 만하다. 사실 ‘정도전’은 정통 사극의 부활을 알렸다는 점과 유동근, 조재현, 박영규, 임호 등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 향연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때문에 주인공인 정도전을 연기한 조재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배우가 대상을 수상해도 무리가 없었던 ‘대상 후보밭’이었다.
유동근은 ‘정도전’에서 이성계를 연기하며, 함경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인간미가 있는 인물로 새롭게 재해석해 시청자들을 전율토록 했다. 또한 ‘가족끼리 왜이래’에서 이 시대의 아버지를 연기하며 안방극장을 감동에 빠뜨렸고,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상 수상자가 됐다.
물론 조재현의 연기도 뛰어났기에 둘 중 누가 받아도 전혀 무리가 없는 수상이었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번에 KBS가 연기대상에서 매년 반복됐던 공동 수상의 병폐를 반복하긴 했어도 뒷말이 없는 것은 유동근이 대상 수상자로서 품격 있었던 배우라는 점,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연기를 펼친 조재현이 연기대상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PD상을 수상했기 때문일 터다.
유동근은 대상 수상 직후 “(조)재현아 미안하다”라고 말했고, 조재현은 유동근의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부터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며 축하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공동 수상에 지루했던 시청자들은 마지막이나마 두 사람의 명품 연기를 보상하는 수상에 뭉클한 감동을 선물 받으며 한해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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