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항상 맞을 수는 없다. 올해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 나온 나주환(31)과 이재영(36)은 최선을 잡지 못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와중에 SK는 FA시장에 나선 5명의 선수들을 모두 잡는 성과를 거뒀다.
SK는 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나주환 이재영과 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FA 계약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옵션 포함 1+1 계약이다. 나주환은 2015년 연봉으로 기본 2억 원에 옵션 5000만 원이 걸려있다. 그리고 2015년 옵션을 달성했을 때는 내년 연봉으로 2억5000만 원을 받고 또 옵션 5000만 원이 더 추가된다. 옵션을 모두 따낸다는 가정이면 2년 5억5000만 원 계약이 된다. 이재영은 같은 방식으로 2년 총액 4억5000만 원 계약이다.
두 선수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계약이다.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당시 SK의 제시액은 이것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최정에 4년 86억 원을 안겨주며 가장 큰 숙제를 해결한 SK는 다른 선수들과의 계약에도 박차를 가했다. 나주환 이재영도 각각 금액을 제시받았다. 하지만 선수와 구단이 생각하는 금액은 적잖게 차이가 났다. 결국 일주일간의 협상은 소득 없이 끝났고 두 선수는 가치를 판단받기 위해 시장에 나섰다.

나주환의 구단 최초 제시액은 4년 15억 원이었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나주환의 기대치와는 차이가 났다. 한 관계자는 “2014년 손시헌(NC, 4년 30억 원) 정도를 기준으로 잡았던 것 같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때문에 협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금액차가 크지 않다면 협상으로 차이를 줄여볼 만 했지만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선 시각차였던 까닭이다. SK에서 FA 자격을 얻은 선수 중 나주환 협상 테이블이 가장 빨리 접힌 이유였다.
이에 나주환의 유출을 기정사실화한 SK는 김강민(4년 56억 원), 조동화(4년 22억 원)에게 상향 조정된 금액을 제시하며 잔류시켰다. 이재영은 마지막까지 협상 테이블에 남은 선수였다. SK의 제시액은 당초 3년 6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투수가 많으면 좋다”라는 현장의 요구에 제시액을 올려 마지막에는 3년 10억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재영은 이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나주환은 유격수와 2루수를 모두 볼 수 있는 자원이다. 경험도 풍부하다. 타격은 군 복무 기간 중의 공백을 무시할 수 없었고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았다. 타 팀으로의 이적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이재영도 빠른 공을 던지는 경험 많은 불펜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틈새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SK도 두 선수의 이적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두 선수가 시장의 복잡한 논리 속에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하면서 복귀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계약까지는 진통이 있었다.
SK는 최초 제시액을 줄 수 없다는 논리를 고집했다. 다른 팀들이 두 선수에게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효율을 쫓을 수 있었다. 두 선수도 이에 대한 대전제에는 큰 이의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삭감폭이 문제였다. SK의 논리에 두 선수가 손을 잡을지는 불투명했다. 이에 SK는 지난 12월 23일 두 선수에게 사실상 ‘마지막 제의’를 했다. 옵션이 낀 1+1 계약이었다. 선수들은 쉽게 도장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팀들의 연락이 없었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불리한 것은 선수들이었다. 계약이 되지 않을 경우 오는 15일 출발하는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제외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SK의 제시 조건이 바뀔 여지도 없었다. 결국 나주환은 2014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구단 제시액을 받아들이겠다고 통보했다. 나주환의 계약 소식에 영향을 받은 듯, 이재영도 1일 오전 구단 제시액에 도장을 찍었다.
옵션 기준은 그렇게 빡빡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출장수 등 많지 않은 범주가 기준이 됐는데 올해 정도의 모습이라면 무난하게 옵션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선수들은 최악의 경우였던 1년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SK도 옵션이라는 당근으로 두 선수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묘책이었다. 다만 최초 제시액보다 깎인 금액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나주환의 경우 4년 계약으로 환산해봐야 11억 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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