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검은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의 구원투수였다.
일본 만화 ‘노다메를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한 ‘내일도 칸타빌레’는 첫 방송부터 같은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의 강한 ‘아우라’ 탓에 시청자들로부터 이와 비교되며 여러모로 질타를 받았다. 워낙 일본 드라마 특유의 색깔이 강한 작품이었기에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 보는 이들은 방황했다.
그러나 한 잘생긴 청년이 투입되고부터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비록 시청률은 회복하지 못했지만,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으로 변했다. 원작에는 없었던 캐릭터, 첼리스트 윤후는 홀연히 나타나 긴장감이 없었던 차유진-설내일의 관계에 긴장감을 부여했고, 다정다감한 면모로 까칠한 ‘냉미남’ 차유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해 여성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박보검은 피부로 느껴졌던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반응에 대해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SBS ‘원더풀 마마’에서는 철없는 막내아들로, KBS 2TV ‘참 좋은 시절’에서는 주인공 이서진의 아역으로 출연해 눈도장을 찍었던 그는 ‘내일도 칸타빌레’에서는 ‘순정파 짝사랑남’이자 주인공 차유진의 라이벌로 등장해 묘한 삼각관계를 이뤘다.
“윤후를 잘 표현하고 있는 건가? 작가님 마음에 들게 하고 있는 건가? 윤후라는 캐릭터가 매력이 있게 보여져야하는데 연기에 대한 부분이 고민이 많았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요. 미니시리즈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한 인물을 온전히 맡는 게 ‘원더풀 마마’ 이후 처음이었고요. 긴장감과 부담감도 있고 많은 걸 배웠어요.”
원작이 유명한 작품인 만큼 캐스팅이 되고 난 후에는 만화 원작을 읽으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드라마에 대한 일부 아쉬움의 소리들을 의식해서인지 “우리 드라마는 우리만의 매력이 있다”고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에서는 신인배우다운 풋풋함과 순수함이 전해졌다.

“원작은 재밌었어요, 많은 분들이 저희 드라마를 보시고 호불호가 나뉘시더라고요.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하시고, 아니라는 분은 아니라고 하시고. 그렇지만 원작을 생각 안하고 보셨다면 재미있게 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 일본 작품은 그 작품의 매력이 있고 우리나라 버전인 ‘내일도 칸타빌레’는 우리나라만의 매력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재밌는 추억이었고요.”
윤후는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다. 때문에 이 역을 맡은 박보검에게는 장-단점이 있었을 터. 원작에 없기에 주인공들과는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할지 고민을 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 모종의 개척정신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박보검은 후자였다.
“초반에는 바탕을 할 수 있는 참고를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어요. 긴장도 되고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부담감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조금 더 지나니 바탕이 없기 때문에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게 더 폭이 넓게 느껴졌어요. 처음에 제 느낌을 그대로 표현했고,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시놉시스에 있는 윤후에 대한 설명을 많이 읽었어요.”
박보검이 ‘내일도 칸타빌레’를 향해 갖고 있는 애정은 대단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차유진(주원 분)에게 최면을 거는 내일(심은경 분)의 신을 들었고, 그 밖에도 유일락(고경표 분)과 마수민(장세현 분), 미니미(도희 분) 등이 나오는 장면이 재미있다며 “한 번 더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고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인으로서 비중이 적지 않은 역할을 맡아 준비하고 기다려온 작품이었다. 첼리스트에 지휘에도 능통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 첼로 과외와 지휘 과외를 받았고, 인물의 캐릭터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던 가수지망생 출신답게 피아노 외의 악기를 배우면서 깨달은 바들도 남달랐다.

“지휘와 첼로는 각각의 매력이 다 달라요. 지휘는 모두가 절 보고 있고, 저는 손짓을 하고 사람들은 반응을 하죠. 파트 연주, 한 사람 한 사람 인정하고 눈빛을 보고 임해야하는 거라 생각하니 대단하게 느껴졌고요. 곡의 해석이나 흐름, 느낌을 다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 있는 거니까 그것도 매력이었어요. 또 첼로는 사람들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소리의 음색이랑 비슷한 소리라고 하잖아요. 소리를 들을수록 마음이 울컥할 때가 있었다. 두 가지가 다 매력이 있었어요.”
조금 아쉬웠던 건 극 중 짝사랑. 농담이었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풋풋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박보검의 얼굴에서는 사뭇 진지함이 묻어났다.
“좀 아쉬웠어요.(웃음) 저만 좋아하니까요. 드라마라서 다행이었고요. 드라마지만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단호하게 거절하니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요. 다음에는 풋풋하고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싹트는 그런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늦게 현장에 들어왔지만 ‘내일도 칸타빌레’ 식구들과는 많이 친해졌다. 현장 분위기도 늘 좋았고, 성격 자체도 원래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를 잘 하는 타입이다.
“주원 선배님은 ‘각시탈’에서 뵀는데 또 봬서 신기했어요. 은경 씨는 연기 잘하는 배우고요. 경표 형과는 ‘명량’에서, ‘내일도 칸타빌레’에서도, 또 영화 ‘코인로커걸’에서 함께 해 남달랐고요. 도희 친구는 ‘응답하라 1994’를 재밌게 봐서 그런지 만나니 신기했어요. 한 사람, 한 사람 빼놓을 수 없어요. 정말 가족 같은 느낌이었죠.”
‘내일도 칸타빌레’의 구원투수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말씀해주셔 감사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부터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감독님도 시청률 생각하지 말고, 현장에서 즐겁게 일하자고 하셔서 신경 쓰지 않고, 재밌게 촬영했다”고 했고 극 중 ‘맘보’ 연주 신이 많은 칭찬을 받았는데 “칭찬 해주셔서 감사했고, 카메라 감독님이 잘 촬영해주시고 편집해주셔서 잘 했다”고도 했다. 그러고 보면 박보검은 참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리고 매번 그 감사에 진심이 담겨 있는 듯해 매력적이었다.
“살면서 깨달은 게 감사하다고 말을 많이 하면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진심으로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그렇게 행동하려고 하는데 보시는 분들은 입에 바른 소리라 생각하실까봐 때로는 걱정이 돼요. 진심이 아닌 거처럼 들릴까봐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잃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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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