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키맨 인터뷰] 빅이닝 톱타자? 민병헌 "개인목표 없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1.02 06: 32

팀의 1번을 넘어 국가대표 1번타자로. 한 단계 올라서며 최고의 해를 보낸 민병헌(28, 두산 베어스)이 한층 거듭나기 위해 다시 뛴다.
2013 시즌 종료 후 NC 다이노스로 떠난 이종욱의 자리를 메우는 것은 지난해 두산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였다. 수비에서는 주전 중견수 정수빈이 그 몫을 충분히 해줬고, 타석에서는 팀의 새 1번으로 낙점을 받은 민병헌이 훌륭히 해냈다. 124경기에 출장한 민병헌은 타율 3할4푼5리, 12홈런 16도루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1번타자임에도 3할6푼이라는 높은 득점권 타율을 앞세워 79타점을 수확했다.
새해에도 민병헌의 자리는 1번이다. 김태형 감독은 5선발과 마무리 투수를 두고 고민하고 있지만, 타선은 큰 변화 없이 갈 방침이다. “타순에는 큰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다. 본인들이 하던 것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 이에 따라 민병헌의 타순도 그대로 갈 것이다.

민병헌의 활약 여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015 시즌에도 두산 타선에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지난 시즌 20홈런을 달성한 선수가 홍성흔밖에 없었음에도 팀 타선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유기적인 타선의 흐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민병헌이 있었다. 하위타선에서 만든 찬스를 해결하면서 중심타선으로 기회를 이어주는 민병헌이 있어 두산은 많은 빅 이닝을 만들 수 있었다. 김태형 감독이 강조한 '즐겁고 재미있는 야구'도 민병헌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민병헌에게는 휴식이 없다. 최근에는 감기로 고생하고 있으면서도 개인운동에 한창이다. 안정을 취할 수도 있었던 2014년의 마지막 날에도 민병헌은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결혼 등으로 인해 12월에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팀에서 만류하는데도 자신의 의지로 11월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 참가했던 민병헌이다. 연습량 만큼은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성실함을 바탕으로 2014년의 성과들이 나왔다. 민병헌은 “팀이 4강에 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놓고 보면 1년 내내 좋은 일만 있었던 것 같다”고 지난해를 돌아봤다. 팀의 1번을 꿰찬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국가대표 1번타자까지 된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또 기회가 주어지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하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2014년에 많이 해봐서 좋은 해였다”는 말로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마치 꿈같았던 2014년에도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이 팀 성적이다. 민병헌이 새해에 가장 하고 싶은 일 역시 팀 성적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그라운드에서는 1번타자이자 우익수로 상대를 괴롭히는 동시에 벤치에서는 중간급 위치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미 주장 오재원을 도와 젊은 선수들을 끌어갈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다. 민병헌은 “특별히 다짐하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들 알 것이다. 서로 대화를 많이 하면서 맞춰 나간다면 후배들을 이끄는 것과 선배님들의 뒤를 받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동료들에 대한 믿음도 내비쳤다.
지금까지 야구선수 민병헌을 키운 힘의 8할은 승리를 향한 열망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민병헌은 “나는 아직도 부족한 선수라고 생각하고, 방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훈련을 많이 하고 캠프에 가서도 열심히 해야 한다. 3할 타율을 유지하는 것 외에 다른 개인적인 목표는 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타격 7위에 오른 리그 정상급 1번타자임에도 3할 타율 외엔 바라는 것이 없다고 할 만큼 돋보이는 헌신과 집념은 민병헌을 국가대표 1번으로 만든 원동력인 동시에 앞으로 마련된 시간을 헤쳐나갈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다음 시즌 각오를 묻자 민병헌은 “팀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야구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즌이 지나가 있을 것 같다. 그러면 팀 성적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명료한 대답만큼 시즌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면 그만큼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다. 하지만 민병헌으로 시작되는 두산 타선을 상대해야 하는 투수들에게는 2015 시즌이 한없이 길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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