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였다. 이를 악물고 독기로 달려들어 승리를 가져오거나,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패배하거나. 김호철 감독도 선수들도, 새해 첫 경기가 기분 좋은 승리로 끝나 반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4라운드 대한항공과 경기서 세트스코어 0-3(25-27, 18-25, 22-25)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현대캐피탈은 8승 11패(승점 27)를 기록,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논란 속의 임대 트레이드가 철회되고 난 후 치른 첫 경기였기에 경기에 쏠린 관심은 뜨거웠다. 지난해 12월 29일, 현대캐피탈은 서재덕을 받아오는 대신 권영민과 박주형을 내주는 1대2 임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큰맘 먹고 단행한 임대 트레이드는 2박 3일 만에 철회라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행정절차상 실수에 더해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이 상충되는 규정을 알고 있었는가 아닌가를 두고도 설왕설래 말이 오갔다. 어설프게 시작했다 급하게 마무리된 트레이드의 결과로 인해 현대캐피탈은 신년 벽두부터 우울한 분위기에 휩싸여있었다.
2박 3일만에 현대캐피탈로 복귀한 권영민과 박주형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았다. 김호철 감독의 마음 역시 좋을리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른 현대캐피탈은 완패로 끝난 경기 결과에 모두 고개를 떨궜다.
이날 경기 전 김 감독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선수들이 상처받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선수들의 마음이 많이 다쳐서 감독으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달래서 분위기를 회복하는게 급선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그의 표현대로 "쉽게 낫지는 않을" 상처였다.
경기 내내 현대캐피탈에 떠돌던 어수선한 분위기는 이를 방증했다. 이날 권영민은 웜업존을 지켰지만 박주형은 1세트 23-23 동점 상황에서 투입돼 이후 75%의 리시브 성공률을 보이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팀 전체의 공격 성공률이 현저하게 떨어졌고, 끈질긴 시소게임을 펼치다가 무너지거나 역전에 성공하고도 다시 재역전당하는 등 아쉬움 남은 경기 내용을 보였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쓴웃음을 지으며 "액땜이라도 해야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지금 현대캐피탈에 정말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팀 분위기가 살아나는지가 중요하다. 단시일 내에 어떻게든 빨리 추스려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한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액땜이 아니라 분위기 전환을 위한 계기다. 과연 4일 안산 원정에서 만날 OK저축은행을 상대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현대캐피탈이 또 한 번의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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